3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일주일 만에 증발한 ‘루나(LUNA)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사건 진상 파악에 나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격과 거래 동향 등의 현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루나 사태와 관련 투자자 보호 대책 등에 대한 질문에 “가상자산 거래업자 등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 관련 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고 위원장은 “법적으로 제도화가 돼있지 않다 보니까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투자자 보호 관련해서는 가상자산업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별도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그는 “감독당국의 역할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한 피해상황, 발생원인 등을 파악해 앞으로 제정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불공정거래 방지, 소비자피해 예방, 적격 가상자산공개(ICO) 요건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금감원장은 테라USD(UST)와 루나 급락 사태에 대해 “가상자산시장의 신뢰도 저하, 이용자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역외거래 중심의 가상자산시장의 특성상 앞으로 해외 주요감독당국과도 가상자산 규율체계와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코인 거래소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루나-테라 관련 백서, 투자자수, 전반적인 피해 금액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10만원대에서 거래됐던 암호화폐 루나는 99% 이상 폭락해 한 때 1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UST는 루나의 발행량을 조절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UST의 페깅(고정)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루나의 가격이 속수무책으로 하락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고팍스는 루나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한 상태다.
현재 피해를 본 투자자는 약 3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4대 거래소의 루나 보유 투자자는 최신 집계 기준 28만명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수도 많고 피해 규모도 상당하지만 정부 차원의 구제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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