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10명 중 3명은 최근 1년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 문제와 미래(진로)에 대한 불안이 아이들을 옥죄는 요인이었다.
2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 87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021 아동·청소년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이행연구-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고등학생 5086명 중 29.9%는 최근 1년간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성화계고(24.7%) 보다 일반계고(31.5%) 학생이 더 많이 이같은 생각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의 조부모와 생활하는 조손 가정의 아동·청소년들(42.4%)의 비율이 양부모가정(29.7%), 한부모가정(32.5%) 청소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 문제(45.8%)와 미래에 대한 불안(20.3%), 가족간의 갈등(15.9%) 등은 아이들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도록 내몰았다.
이같은 요인은 아이들이 불행하다고 느끼게 했다. 아동·청소년의 15.9%는 현재 행복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학업 부담(40.6%)과 진로 불안(24.0%) 등이 요인으로 꼽혔다.
우울 정도를 측정한 조사에선 약 30%가 일상생활에서 이유 없는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학업 부담과 진로에 대한 불안감은 아이들의 수면시간 등 신체 건강을 악화시켰다. 아동·청소년의 평균 수면시간은 7.2시간이며, 고등학생은 5.8시간에 불과했다. 아동·청소년의 52.4%는 “현재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역시 수면이 부족한 이유로 학업 문제(47.4%)가 꼽혔다.
쉴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다. 아동·청소년의 평일 여가 시간이 3시간 이상인 경우는 41.8%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 이상의 아이들은 3시간도 채 못 쉬고 있는 셈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정부는 법·제도 정비 및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한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며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대학 입시, 사교육 문제 등 경쟁 중심 교육체제 완화를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