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원숭이두창 ‘관심’ 경보 발령

방역당국, 원숭이두창 ‘관심’ 경보 발령

법정감염병 지정 추진… 코로나19와 같은 2급

기사승인 2022-05-31 18:51:44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입국자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속출하자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원숭이두창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대응 수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은 31일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 증가에 따른 국내 유입 가능성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원숭이두창 관련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 단계로 발령한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 관련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위기평가회의에서는 해외 입국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숭이두창의 국내로의 유입가능성도 따라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위험집단에서의 위험도는 ‘중간’, 일반인에서의 위험도는 ‘낮음’으로 평가했다. 

‘관심’ 경보는 해외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 시 발령하는 조치다. 현재 우리나라의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발생 사례는 없으나 이후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확인될 경우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대책반을 가동해 각 나라의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민간전문가와 협력하며 지역사회 환자감시 및 의심사례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나아가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고시개정을 추진해 오는 6월8일 발령할 예정이다. 고시 개정 이전에는 신종 감염병 증후군으로 선제적으로 관리해 의심환자 신고, 역학조사, 치료기관 지정, 격리대응 등 감염병 대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감염병이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는 감염병을 말한다. 질환의 심각도, 전파력, 관리 방안 등에 따라 1~4단계로 나뉜다.

원숭이두창이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되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같은 수준으로 분류된다. 2급 감염병은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안에 신고하고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이다. 1급과 달리 2급은 질병청장이 지정하는 질병만 격리가 의무화된다.

질병청은 2016년부터 원숭이두창 검사 체계를 구축했다. 의심환자 발생 시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이 가능하다.

백신도 준비돼 있다. 기존 사람두창 백신으로 85%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방역당국은 생물 테러 등 매우 위험한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해 사용할 목적으로 3500만여명분의 두창 백신을 생산·비축하고 있다. 다만 일반인들에 대한 당장의 백신 접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원숭이두창’ 감염병 위험 단계를 ‘보통 위험’ 수준으로 격상했다. 29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이 일반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국가에서 잇따라 사례가 보고되자 감염병 위험 단계를 올렸다. WHO는 감염병 위험단계를 △낮은 위험 △보통 위험 △높은 위험 △매우 높은 위험으로 나누고 있다. ‘보통 위험’ 단계는 개인 감염 위험이 중간 정도이고 지역 감염 위험이 낮은 상태를 말한다.

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풍토병이다. 그러나 지난 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나온 이래 유럽·북미·중동·호주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사람 두창과 유사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다. 의심 증상은 발열, 두통 등을 시작으로 더불어 얼굴을 중심으로 손, 발에 수두와 비슷한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며 2~4주간 지속된다. WHO는 치명률은 3~6% 정도로 보고 있다. 병변, 체액 같은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전세계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400명이 넘는다. 질병청에 따르면 31일 기준 세계 31개국에서 473명에게 발생했다. 의심 사례는 136명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시아 대륙 빼고 세계 대륙에서 모두 발생했다.

사망자도 발생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산쿠루주의 보건국장 에이메 알롱고 박사는 올해 들어 민주콩고에서 원숭이두창으로 인해 9명이 사망했고, 46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질병통제예방센터(NCDC)도 29일(현지시간) 확진사례가 21건 보고됐다며 이 가운데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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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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