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실종된 정치판...‘시행령 정치’ 두고 강대강

‘협치’ 실종된 정치판...‘시행령 정치’ 두고 강대강

야당 반대에도...尹,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시행령 통한 규제개혁 밝혀...갈등 증폭
민주당, 시행령 통제 ‘국회법 개정안’ 발의 ‘맞대응’

기사승인 2022-06-17 06:00:10
시행령을 통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여소야대 정치적 상황에서 ‘협치’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국정운영을 위해 ‘시행령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시행령 국정운영 시도는 ‘국회패싱’이라고 반발하면서 시행령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정부 여당과 야당 모두 비정상적인 모습들로 정치권의 ‘협치’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정상적인 국정 전개를 위해 양보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1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행령 정치’ 공방은 윤석열 정부가 먼저 민주당을 자극하면서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 실천을 위해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그동안 검찰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법무부에 인사 검증 기능을 이관한다고 하자 즉각 반발했다. 특히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해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야당이 ‘권항쟁의 심판’까지 언급하면서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뜻대로 정부조직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 내 신설했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업활동,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면서 “대통령과 부령으로 할 수 있는 규제들은 신속 처리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사실상 민주당과의 협치를 포기하고, ‘마이웨이’를 선언한 셈이다.

대통령 임기 동안 추진되는 정부의 국정과제는 법령 개정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 국회 동의와 협조 없이는 사실상 전개가 어렵다. 시행령 개정으로 국정과제를 수행할 수도 있지만,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 

역대 과거 정부 사례들만 살펴보더라도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국회와의 협치 없이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건 순조롭지 않았다. 직전 문재인 정부만 하더라도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압승하기 전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현실적 난관 속에도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야당을 자극한 모습은 사실상 ‘협치’를 하지 않겠단 선언으로 보인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정부의 행정작용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률유보 원칙을 전제로 하고 헌법도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정치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고 위법한 국정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조직 설치 등 입법부인 국회가 법률로 정한 내용에 반하거나, 법률의 취지에 벗어나는 시행령을 통한 국정운영은 국민의 대표인 입법자들의 논의와 정치를 무시한 행정부의 폭거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민주당은 시행령 정치를 운운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국회패싱’ 시도라면서 국회법 개정을 통해 시행령을 간접 통제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조응천 의원 등 14인은 14일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을 일부 통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행정부에서 제출한 각종 시행령(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불합치하다 판단되면 이를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시행령 정치에 제동을 걸겠단 의미로 경색된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비정상적인 모습...피해 고스란히 국민 몫”
“양보 정치 미덕 보여야”

전문가들은 시행령을 통한 정치 또는 국정운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정상화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국회와 협치하겠다고 나왔어야 함에도 시행령을 통한 정치를 하겠다고 한 정부의 태도가 난센스”이라며 “또 시행령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깐 못하게 막겠다고 하는 야당의 모습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양측을 모두 지적했다.

이어 “말로만 ‘협치’를 강조하면서 협치할 생각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여야 간 힘겨루기가 아닌 합리적으로 정국을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을 위반한 시행령은 효과가 없는 게 원칙이나 시행령을 들여다보면 위반 여부가 애매한 경우도 많다”며 “행정부 권한을 입법부가 어떻게 적절하게 통제하는지가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말했다.

이어 윤 평론가는 “국회에서 시행령을 통제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에 대해 위헌 가능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에 문제가 있으면 헌법재판소에 문제 제기하든 여당을 통해 국회서 논의를 거친다든지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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