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비정규직, 대면접촉 서비스업 종사 여성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일터를 포기하고 독박돌봄에 내몰리는 여성들도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여성‧노동 단체들이 힘을 모았다.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6개 단체는 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여성노동연대회의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노동 5대 요구’를 발표했다.
이들이 힘을 모은 건 여성 노동자의 노동현실 개선을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당시 돌봄‧보건의료 노동은 ‘필수노동’으로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지만, 처우는 그대로였다고 지적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산재 승인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조리사, 영양사, 콜센터 서비스 직종이 대부분인 점만 봐도 돌봄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시기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이 사회를 유지해 왔음을 알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시기 여성들의 돌봄 노동에 대해 사회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노동자라며 추켜세웠지만 지금 시기 돌봄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는 코로나19 이전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해 가정 내 돌봄 노동은 여성에게 집중됐다. 여성들은 비자발적 실직을 선택하고 돌봄과 학습지원, 코로나 방역까지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여성에게 집중된 독박돌봄을 없애고, 돌봄 노동자에 나은 노동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왜 여성에게 저임금 노동과 독박 돌봄을 강요하나. 언제까지 돌봄 노동을 여성에게 떠맡기고 그 대가를 저임금으로 유지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부불 노동으로 던져 둘 것인가”라면서 “우리 모두를 위한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성노동연대회의는 결의문을 통해서도 “사회가 돌봄 노동의 중요성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돌봄 노동 저평가로 인해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며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고용안정과 권리보장,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껏 착취 당한 돌봄 노동자에게 충분한 임금과 안정적 고용, 안전한 노동환경 제공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성별임금격차 해소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 구축 △사각지대 없는 일터 마련 등도 촉구했다.
그러면서 여성 노동자들이 다시는 취약한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성평등 노동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진협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그동안 여성노동은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로 언제든 돌봄을 메울 존재로 호명됐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에서 노동시장 바깥으로 내몰리면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 이중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여성 일자리 위기가 더 컸던 것은 여성들이 저임금, 불안정한 형태의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환경에서 일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이런 형태의 일자리로 여성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둬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의문을 통해서도 “정부는 적정한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형태의 양질의 여성 일자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고용노동부 내 성평등국 개설, 각 지방노동청 내 고용평등업무 전담 부서 설치 등을 언급했다.
이들은 “앞으로 우리의 5가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여성노동자 뿐 아니라 전체 시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 대안이다. 정부는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인 성평등 노동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약속하라”고 외쳤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