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죽고 나면 내 자식이 어디로 갈지부터 걱정입니다”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울려 퍼진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한탄 섞인 말이다.
이들은 수년간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슷한 사건이 여러 차례 일어났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한 현실을 개탄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국회 차원의 발달장애인 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해 한 줄기 희망을 보고 이 자리에 섰다.
이날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다수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결의안 발의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표 발의자인 강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박광온, 도종환, 고민정, 김한정, 유정주, 김영호, 이해식, 양정숙 의원이 자리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참석했다. 발달장애인 문제에 대한 국회 차원에서 힘을 함께 모았다.
발달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보인 일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이날 발표된 결의안과 구성안에 함께 서명해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결의문 발표 자리에는 모습을 비추진 않았다.
이날 결의문 발표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가족 사건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차원에 마련됐다. 또 국회 내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결의안도 함께 발표됐다. 김영호 의원이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낭독했고, 박광온 의원은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낭독했다.
강선우 의원은 기자회견 후 쿠키뉴스와 만나 “여당 의원님들도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마련에 대해 상당히 동의해주시고 있다”며 “오늘 제출한 결의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된다면 보다 현실적인 발달장애인 지원책들이 나올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위 동안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인수위 앞에서 계속 목소리를 냈지만 윤석열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당시 주무부처 장관으로 지명된 분은 왜 부모들이 삭발하고 단식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죽음과 삶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와 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일단 가장 관심을 둬야 할 분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가족, 돌봄서비스 미흡에 생활고...잇단 비극 사건 무관치 않아
“노숙자 시설 생활인 70% 이상, 발달장애인”...가족 사후 대책 미흡
‘발달장애인 참사’라는 표현을 썼지만, 발달장애인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결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올해 3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발달장애인 가족 사건을 비롯해 지난 5월에는 발달장애가 있는 60대 여성이 30대 조카의 폭행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또 일주일 뒤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적 참사는 우연한 사고라기보다는 사회적 재난에 가깝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돌봐줄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까닭으로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사실상 생업을 포기하거나 파트타임과 같은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부모가 사망 후 남겨진 발달장애인 자녀들을 제대로 수용할 시설과 이를 체계화한 구체적인 대책도 턱없이 부족하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가족도 국민으로 온전히 살고 싶다. 많은 장애인 부모는 우리가 죽고 나면 자녀들이 어디로 갈지 걱정에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한다”며 “정부는 부모가 죽은 후 발달장애인이 어디 사는지조차 조사를 못 하고 있다. 노숙자 시설에 있는 이들 70%가 발달장애인이라는 보고서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관련법이 제정되고, 2018년에는 지원 종합계획이 발표됐지만, 아직 현실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발달장애인 부모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분리되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돌보는 사람에 대한 지원체계 구축이 아직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활동지원사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고 한정적”이라며 “실질적으로 활동가들의 숫자도 적을 뿐만 아니라 활동사들과 발달장애인 간 ‘라포(Rapport, 신뢰나 친근감을 바탕으로 형성된 관계)’도 형성 기간도 필요한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제출된 발달장애인 특위 구성 결의안은 국회 원구성 과정에서 여야 간 합의를 통해 논의되거나 상임위 개시 후 운영위 차원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