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4일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톨게이트 충격흡수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2명이 숨졌다. 차량은 전소됐다. 화재 진압에만 무려 7시간이 걸렸다. 지난달 19일 광주 상무지구에서도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당국은 인력 30명과 장비 14대를 투입했다. 현재 사고 원인을 분석 중이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24일 폐차장에 있던 테슬라 모델S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이 잡히지 않자 소방관들은 커다란 물구덩이를 만들어 차량을 빠트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전기차 전성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잇따른 화재로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년 전기차 판매는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기차 등록대수는 2017년 2만5108대에서 지난해 23만1443대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기차 화재도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총 45건이다. 원인 미상이 11건에 이르며, 전기적 요인 10건, 부주의 8건, 교통사고 7건, 기계적인 요인 4건, 화학적 요인 3건, 기타 2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화재 대부분은 전기차에 장착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전기차 하부에는 손가락만 한 원통형 혹은 파우치형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겹겹이 쌓여있다. 충격으로 인해 배터리 내부의 음극과 양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손상되면 순식간에 온도가 800∼1000℃ 이상 올라 배터리 내부가 팽창하면서 폭발하는 것이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상무는 “배터리 관련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제조과정의 불량, 사용하는 과정에서의 과충전, 교통사고 등 강력한 외부 충격 등이다”고 말했다.
자동차 화재는 전기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마다 자동차 화재는 약 5000건이 발생했다. 2021년 기준 차량 화재는 4530건으로 등록대수(2491만대) 대비 약 0.02%를 차지한다. 즉 1만대 중 2대 꼴로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차의 경우 2021년 23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등록대수(23만대) 대비 약 0.01% 비율로 오히려 낮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보다 피해가 심각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배터리는 빽빽한 배터리셀로 구성되어있어 열이 급속도로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화재 진화가 쉽지 않다. 게다가 불을 끄는 데 최대 7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기존 차량 대비 100배에 달하는 물이 필요하다. 또 진화과정에서 배터리 폭발 및 고압 전류 노출 등의 2차 위험도 있다. 더 까다로운 안전 규정이 요구되는 이유다.
송지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중대사고조사처장은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은 고전원 배터리 자체 품질을 높여 화재 발화 요인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좀 더 강화된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전기차 화재를 제조사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정부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했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국제 기준이 제정되고 업데이트 되고 있으나 이는 정상 조건에서의 시험평가다. 교통사고 등과 같은 비정상 조건에서의 평가는 현재 없다”며 “최소한의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 타임을 확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정상 조건(열폭주, 열전이 상태)에서 시험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석 한라대학교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겸임 교수는 “전기차 화재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항인데 사고의 원인과 조사 경험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기차 안전을 강화하고 관리하는 것만큼 정확한 조사와 함께 명확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지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중대사고조사처장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능을 지금보다 강화하고 의무화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본래 목적인 배터리 관리 기능 이외에도 배터리 이상 감지 범위 및 경고 기능 확대, 화재 발생시 경보(대피·신고) 기능을 추가하고, 열폭주 전이 지연 성능(최소 시간) 등을 갖추도록 하는 한편 이러한 안전과 관련된 기능은 꼭 의무화(법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