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유공자 보상해야죠...근데 제 박탈감은요”

“민주유공자 보상해야죠...근데 제 박탈감은요”

청년 세대가 본 ‘민주유공자법’...법 자체엔 동의
가산점 등 경쟁적 혜택 축소 희망
우원식 “대상자 적어...논의서 혜택 조정 의향 있어”

기사승인 2022-07-28 06:00:05
지난 6월 10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제35회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앞서 유족들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열었다.   사진=황인성 기자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두고 여야 간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다수 청년은 “민주화 기여한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분명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유공자 가족에 대한 혜택이 광범위해 비유공자 청년들이 겪는 박탈감은 부정할 수 없고, 혜택을 다소 축소하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2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가족을 지원하는 민주화 유공자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은 ‘셀프보상법’ 또는 ‘운동권 신분 세습법’이라면 청년 세대들이 가장 중시하는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그럼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청년들은 민주유공자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청년 대다수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다만 혜택의 범위를 재조정하는 논의가 이뤄지길 희망했다.

쿠키뉴스 여론조사, 20·30대 찬성률 각각 ‘44.5%’ ‘ 43.3%’ 

쿠키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해 25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 조사한 결과 ‘찬성(적극 찬성 24.1% + 다소 찬성 18.5%)’은 42.6%, ‘반대(적극반대 27.7% + 12.9%)’는 40.6%로 나타났다. 잘모름 또는 무응답은 16.9%였다. 

특히, 청년층으로 분류되는 ‘18-20대’·‘30대’에서는 찬성이 반대 응답률보다 최소 5% 이상 높았다. ‘18-20대’에서는 찬성이 44.5%, 반대 31.9%였고, 30대에서는 찬성 43.3%, 반대 37.8%였다. 여론조사 결과에만 한정하는 경우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청년층의 여론이 우세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걸로 보인다. 

“민주화 이룩한 이들에 대한 국가적 보상 필요”
“대학 특례 및 가산점 부여 폭 조정 희망”

본지가 27일 오후 노량진 학원가를 찾아 청년 수험생들에게 직접 물은 결과도 비슷했다. 거의 모든 청년이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이와 그 가족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올해 초부터 노량진에서 법원행정직 시험을 준비 중인 한 20대 남성 수험생은 “민주유공자 가족들이 어렵게 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가산점 제도가 있는 공무원 시험에서 가점 받은 유공자 자녀들이 더 유리한 건 맞지만, 민주화에 이바지한 이들의 가족들에게 국가가 아무런 혜택을 주지 못한다면 그게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다른 청년들과 경쟁적 관계에 있는 혜택 범위는 다소 줄여주길 희망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소방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20대 여성 수험생은 “공무원 시험은 고작 0.5점이나 1점 차이로 판가름이 난다”며 “일반 수험생들은 자격증 가산점을 받으려고 며칠 몇 달간 공부해서 어렵게 점수를 따는데 유공자 자녀들에게 5~10% 가산점을 준다고 하면 공무원 수험생으로는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유공자 가족들에게는 공무원 시험 가산점이나 대학 특별전형 등과 같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혜택 말고 다른 걸 찾아 지원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이 밀집한 노량진 한 거리.   사진=황인성 기자

또 민주화를 직접 겪지 않는 청년들이 이해할 만한 명분과 충분한 논의와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선우윤호 국민의힘 한양대 청년 부지부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지만, 혜택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혜택은 많으나 법 제정의 명분은 좀 부족해 보이고, 청년들을 설득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청년들을 끌어들이면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이 ‘불공정’하다느니 혜택이 광범위하다느니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국가유공자든 민주유공자든 유공자 똑같은 혜택을 주는 수준인데 과장해 무슨 특혜를 주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죽고 다치고 실종된 사람에만 한정해 대상자로 정하잔 것으로 민주화운동 했던 국회의원들이나 보통 사람들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며 “대상자가 얼마 되지 않기도 하고, 유공자 유족들에게 주는 가산점이 높아 제정을 반대한다고 하면 논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하고 변경할 의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무선 99%·유선1%)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8.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통계보정은 2022년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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