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로서는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의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예상했던 물가 상승률 전망을 벗어날 경우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기준금리의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되면, 향후 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해 진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기존의 전망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해외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가 기조가 예상대로 진행한다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하지 않고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적인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은 제반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의 하방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에 따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가속화,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며 “국내 경기는 대외여건 악화에도 상반기까지는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앞으로는 하방 위험이 우세한 가운데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기준금리 인상이 서민 고통을 키운다는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현대 6% 수준인 물가 오름세를 잡지 못하면 국민의 실질소득이 더 떨어지고 향후 뒤에 물가 상승세를 잡으려고 하면 더 큰 비용이 수반된다”며 “정말 어두운 마음으로 금리를 통해서라도 물가 상승세의 심리를 꺾는 것이 거시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물가 수준이 2~3%라면 국민들이 물가 상승을 느끼지 못하고 경제활동을 하지만 6~7%가 되면 물가 상승이 가속화되기 때문에 물가 오름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차원에서 서민금융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정부와 함께 이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 방안을 계속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금리를 0.25%로 유지하는 한편, 주택금융공사 출자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