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조금씩 비금융사업으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알뜰폰 시장이나 배달앱 사업 등 금융사들이 진출했다고 생각하기 힘든 분야에 발을 들이면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면서 금융사들의 혁신산업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완화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규제 완화에 나서겠다며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를 선정했다. 이 중 가장 먼저 논의되는 사항은 은행이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넘게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다.
금융사들은 이같은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완화 논의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산업의 트랜드는 데이터 및 IT분야에 능숙한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시장 경쟁력을 얻는다는 것인데, 금산분리가 완화된다면 은행 및 금융업계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췄다.
사실 금융사들은 제한적으로나마 비금융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 금융업권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통신’이다. 그 중에서도 ‘알뜰폰’ 사업에 많은 금융사들이 진출한 상황으로,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이 있다. 리브엠은 알뜰폰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와 웨어러블 요금제를 도입하고 국민은행 은행상품과 연계하면서 2022년 기준 30만명의 이용자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LG유플러스만 가능했던 통신망을 KT까지 넓히는데 성공했으며, 하반기 SK통신망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간접적으로 알뜰폰 서비스를 출시한 은행들도 있다. 신한은행은 KT망을 쓰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 네 곳과, 하나은행은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와 손잡고 전용 알뜰폰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핀테크의 대표주자가 된 토스도 지난 21일 중소 알뜰폰 업체인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 ‘머천드코리아’ 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알뜰폰사업 진출의 신호탄을 띄웠다. 토스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오는 9월중 토스 앱을 통해 알뜰폰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배달앱’ 사업에 진출한 금융사도 있다. 바로 ‘땡겨요’를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 올해 초 출시한 땡겨요는 1월 월간이용자(MAU)가 1만8462명에 그쳤지만 6월 기준 15만7301명으로 5개월 새 8.5배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괜찮은 반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또한 신한은행 영업망을 이용하다 보니 주문 당일 입금(오후 3시 이후 주문 시 익영업일 오전 7시 입금)이 가능하다는 차별점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편의점 물품 배달과 택배 배송 서비스를 자사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탑재하기도 했으며, 하나은행은 금융과 라이브 커머스를 연계한 라이브 방송에 뛰어드는 등 은행권 내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비금융산업에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플랫폼 경쟁력 확보’가 있다. 카카오나 토스같은 플랫폼 앱과 경쟁하기 위해서 다양한 서비스들을 탑재하려는 시도를 준비하는 것. 또한 금융소비자들의 비금융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 사업이 본격 가동하면서 이종산업간 데이터 공유가 더욱 활발해진 만큼 금융소비자를 넘어 ‘고객’들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들을 출시하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충성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