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도울 게 없는데’...정치인, 재난 현장 찾는 이유는

‘당장 도울 게 없는데’...정치인, 재난 현장 찾는 이유는

확실한 자기 홍보 수단...“실제 현장서 도움 안 돼”
“전통시장 방문하면 상인도 꺼리는데 재난 현장 더 할 것”
김성원 의원 “사진 잘 나오게 비 더 왔으면” 실언도

기사승인 2022-08-11 13:58:21
11일 오전 수해 복구 자원봉사 나선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지역 주민 모습.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국민의힘 관계자 50여 명은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았다. 수해로 인해 발생한 피해 현장을 둘러보기 위한 게 아니라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한 방문이었다. 

전날에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당 지도부가 수해 피해가 발생한 강남 구룡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이재민들이 모인 임시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재난 현장을 찾는 정치인들은 불청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의도로 방문하지만 피해 복구의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날 사당동 수해 피해현장을 찾은 국민의힘 관계자들도 주민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봉사활동에 나선 국회의원과 보좌진, 취재진 등이 한꺼번에 재난 현장에 몰리면서 길을 막게 됐고 차량 통행을 방해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나왔다.

또 이날 봉사활동에 나선 김성원 의원이 한 언론과의 현장 인터뷰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해 실언논란을 빚기도 했다.

10일 오후 수해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구룡중학교를 찾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이재민 대피소를 찾은 민주당 관계자들도 전폭적인 환영은 받지 못했다. 한 이재민은 현장을 찾은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우리에게 오지 않아도 된다. 딱 잽싸게 살 집만 마련해 주면 원하는 거 없을 것 같다”면서 현장 방문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을 더욱 촉구했다.

실제로 정치인들이 재난 현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재난이 해결되거나 피해 복구가 더 빠르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왜 정치인들은 재난 현장을 찾을까. 

우선 정치인들이 무언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 크다.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할수행하지만, 쏟아지는 법안 속에 자신을 확연히 드러내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수해 현장과 같은 국민적 재난 상황을 찾아 각종 언론에 얼굴이 비춰진다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정치인, 재난 현장 방문 지양해야”
“현장에 전혀 도움 안 돼...홍보 수단 전락”

정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치권의 모습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다양한 소통 채널이 적었기에 국민에게 자신의 활동을 알리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이미 많은 채널이 있고, 이보다는 각자 위치에서 실질적인 지원책을 세우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정치인들에게는 국민에게 확실하게 어필되는 건 영상이나 사진이다 보니 직접 현장을 방문하려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든 대권 후보든 사실 전통시장 방문하는 것을 상인들이 꺼린다고 하는데 재난현장이야 더하지 않겠느냐.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신 교수는 “사태 파악을 위해 현장을 찾는다고 얘기하지만, 실제 현장을 간다고 사태 파악되는 게 결코 아니다”며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오길 바라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현장에서는 방해된다. 이보다는 신속한 지원책 마련 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들의 반론도 존재하긴 하다. 

10여 년 가까이 광역 지방의회에서 활동해온 한 광역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사실 재난 현장을 방문하고 보고받는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지만, 실제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심각성을 더 잘 살필 수 있다. 아무래도 정치인들이 방문하고 나면 지원이나 복구 작업이 훨씬 빨리 진행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치인의 방문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환영하시는 분들도 있기에 현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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