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에 ‘청년정치’의 바람이 불면서 양당의 지도부를 맡았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총질’ 지적을 받으며 지도부에서 떠났다. 이 때문에 ‘청년정치’의 위기 등이 언급됐지만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이 청년 정치를 대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징계 후 한 달 만에 진행하는 첫 기자회견에서 공세를 퍼부으며 국민의힘 비대위 설립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박 전 위원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조건이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비롯해 지도부를 향해 맹공을 펼치면서 항의 했으나 지지층의 ‘내부총질’ 비판이 쏟아지면서 결국 거절됐다.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은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정치 경력은 다르지만 이 전 대표는 20대와 30대 남성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박 전 위원장도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 당시 ‘N번방’을 추적한 공로를 통해 여성 지지층을 대거 이끌어냈다.
또 당을 떠날 땐 당내 상황을 공개하는 모습도 동일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선당후사라고 언급하고 선거 과정 내내 저에게 이XX, 저XX라고 운운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마음이 아팠던 선당후사였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도 지난달 2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비대위 회의에서 대놓고 무시당해 패싱하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며 “의원들의 전화가 왔지만 결국 ‘가만히 있어’, ‘하지 마’라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후보가 본인을 인천 계양을로 불러달라고 직접 전화해 압박을 한 부분이 있다”며 “옳지 않은 판단이었고 지금까지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합류한 청년정치인들도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이 청년 정치의 대명사로 보기 어렵다고 소리 높였다. 한 민주당 청년 정치인은 “당에서 청년 인재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을 발굴로 봐서는 안 된다”며 “일반적인 청년의 삶을 산 사람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정치로 시작한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도부는 당무를 수행하는 최고 의결 기관이기 때문에 당무를 잘 알아야 한다”며 “당 외부의 사람이 삶을 살면서 쉽게 들어와 정치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도 “이 전 대표의 공격적인 말과 태도 등이 기성 정치인을 이해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지도부라면 모두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만 특정인들의 등용문이 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의 사례가 청년정치의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 더 준비하고 노력하는 청년들은 많이 있다”며 “청년 정치인들의 의견과 현실성 있는 조언들이 중앙정치에 합류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들을 청년 정치인의 대표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의 ‘갈라치기’와 박 전 위원장의 ‘자질논란’이 ‘청년정치’라는 키워드를 붙들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치권에 청년정치가 부족한 점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이미지가 청년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난 1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둘은 청년정치를 대표하는 자가 아니다. 개인의 실패일 뿐 청년 정치와 분리해야 한다”며 “정치권에 청년정치가 빈곤하다. 청년정치 빈곤이 인물의 빈곤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둘의 역량 부족이 크게 드러나다 보니 청년정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청년들은 이들이 정치 대표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이준석의 ‘갈라치기’ 정치, 박지현의 ‘자질 논란’ 등을 따져보며 적나라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들에게 청년 정치가 발목을 잡혀서는 안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정당에서는 더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내고 훈련시키고 그들이 논쟁을 통해 치열하게 싸우며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청년정치의 발전”이라며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은 인지도는 높아졌을지 몰라도 수명이 길 수는 없다. 냉혹한 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 방에 뜨는 스타가 아닌, 적절한 시기에 스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청년 정치인들이 밑에서부터 끊임없이 청년 의제를 만들어내며 훈련을 해서 올라와야 할 것”이라며 “인지도는 건강하지 않고 오래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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