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생활 보호’ 대화녹음금지법, 국회 통과 어려울 듯

‘개인 사생활 보호’ 대화녹음금지법, 국회 통과 어려울 듯

다수 의원, 사생활 보호 취지 공감하나 시기상조
국민 64.1%, 입법 반대 “내부 고발 등 공익 목적 커”
형사법 전문가 “통화녹음, 단서나 증거능력 못 쓰면 수사 난항”
헌법학자 “헌법 취지 일치...국민 공감 없인 추진 안 돼”

기사승인 2022-08-30 06:00:09
통화 녹음이 가능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사진=송금종 기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대화녹음금지법’을 두고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입법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헌법학계에서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는 방향성은 맞고 헌법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석했지만, 법리적인 판단을 떠나 국민의 알 권리 또는 내부 제보의 자율성을 위해서라도 최소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3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상현 의원은 지난 18일 당사자 간의 통화 또는 대화를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할 경우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대화 당사자 간의 통화나 대화라면 동의 없이도 녹음을 허용하고 있지만,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당사자 간의 통화나 대화까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다. 

윤 의원은 입법 배경에 대해 “현행법에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는 제삼자에 대한 규율일 뿐, 대화 당사자 중 일부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규율하지 않고 있다”며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대화 녹음 시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하도록 개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해당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통과 가능성을 낮게 봤다. 지난해 통화녹취가 언론에 유출 또는 공개되면서 적잖은 당내 혼란을 겪었던 여당 측 일부 의원 중에서는 찬성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체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데 동의했다. 입법을 한다고 하더라도 더욱 면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2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개인 간의 자유로운 대화와 비밀 보장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이 큰 것도 사실이나 개인 간의 대화를 기록해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자 하는 개인들도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내부 제보 등 사회적 필요에 따라 허용돼야 하는 측면이 있어 쉽사리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미칠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에 국민적 차원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입법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국회 차원에서는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회적·제도적인 불합리함이 없도록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법 전문가들도 현재 국회서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면 형사 사법 시스템에 적잖은 파장이 미칠 걸로 관측했다. 휴대폰이 필수품이 되고, 통화녹취가 수사의 단서나 실체적 진실에 근접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입법으로 동의 없는 당사자 간 통화녹음이 불법 증거로 전락해버리면 일선 현장의 수사가 난향을 겪을 거란 주장이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본인 목소리가 녹음되는 것이고 상대방도 그를 인지한 상태에서 통화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며 “당사자 간 녹음까지 막아버리면 경찰 등과 같은 수사기관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실상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생활상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민 절반 이상도 ‘대화녹음금지법’을 반대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화녹음이 내부 고발 등 공익 목적으로 쓰이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으므로 법안 발의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4.1%로 집계됐다.

‘통화녹음이 협박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을 뿐 아니라, 개인사생활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법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응답(23.6%)보다 40.5%p 많았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3%였다.

통화녹음이 가능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30대 시민 차현우씨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개인 간의 통화녹취를 공개하면 처벌하는 법이 통과되면 그동안 사회 정의를 위해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내부 제보자들도 싹 다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며 “통화녹음이 개인의 자유를 다소 제약한다는 주장도 이해는 가나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현행법대로 유지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학자들은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 자체가 위헌적이지 않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헌법의 취지와 일치하지만, 국민적 공감과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를 보장하는 헌법적인 관점에서는 관련법의 입법 취지가 틀리지 않고, 프라이버시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상당 부분 일치한다”면서도 “법은 사회적인 약속으로 국민적인 공감을 이뤄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더욱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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