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새 비대위 구성을 위해 당헌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추가 가처분 소송 결과에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가 가처분 결정 인용 시에는 의원총회에서 정한 비대위 전환 시도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던 재판부에 추가 가처분 소송이 배정됐다는 소식에 인용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당헌 개정 시점에 따라 기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새 비대위 체제를 꾸리기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자고 총의를 모았다. 지난달 27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새 비대위 구성에 동의했던 여당 의원들은 3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가 논의를 거쳐 당헌을 구체적으로 수정하는 데 합의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30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상상황으로 보기로 했다”며 “비대위 지휘와 권한은 추상적으로 돼 있었는데 조문을 구체적으로 치환했다”고 밝혔다.
새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 개정 방침이 정해졌음에도 이 전 대표가 추가로 낸 가처분 소송의 결과에 당 안팎이 주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당내에서는 추가 가처분 신청의 인용 가능성을 크게 점쳤다. 앞서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린 재판부에 재판이 배정돼 비슷한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크고, 가처분 인용 결정을 촉구하는 당원 모임 차원의 탄원서 제출 움직임도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전국위원회 의장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이 전 대표가 비대위원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며 “그 결론도 비대위원장 가처분 인용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결론이 나올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처분이 현실화 되면 당이 더욱 더 큰 혼란에 휩싸인다”며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같은 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법원에서 비대위 문제를 지적하고 최고위원회 체제로 돌아가라고 말했다”며 “다시 비대위를 만들면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내 분위기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조금씩 갈라지는 거 같다”며 “기존에 눌려 있던 의원들이 슬슬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규 국바세 대표는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발 맞춰 관련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지난달 3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재 자필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며 “이 전 대표가 이번에 제기한 소송에 해당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는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크지만 당헌·당규 개정 시점에 따라 결론이 바뀔 수도 있다고 봤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심리에 앞서 당헌 개정이 이뤄진다면 가처분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단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3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법원에서 관련 규정이 없었기에 비상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며 “최고위원이 몇 명 이상 사퇴하면 비상상황으로 본다는 규정을 둔다면 법률적으로 (가처분 기각이)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