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친명일색’...당 통합은 어디에 

돌고 돌아 ‘친명일색’...당 통합은 어디에 

당직 안 맡겠다던 7인회, 요직 차지...지명직 최고위원 모두 친명
사무총장부터 대변인까지 친명계 일색
비명계 “통합 약속은 거짓인가” 불만

기사승인 2022-09-07 18:13: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쿠키뉴스 DB

“당 통합한다더니 했습니까. 친명 일색입니다”

7일 쿠키뉴스와 만나 인터뷰한 한 비명계 의원의 아쉬움 섞인 말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압도적 우위를 점하면서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락 연설을 통해 당 통합을 약속한 만큼 약간 기대했지만, 최근 보이는 당직 인선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날 발표된 지명직 최고위원 2인 모두 친명 인사들로 꾸리면서 비명계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임명된 당직자들은 거의 대다수 친명계다. 당의 살림살이를 도맡은 사무총장부터 지명직 최고위원, 당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정책위의장까지 모두 다 이 대표와 가깝거나 경선·대선 당시 지원한 이들이다. 

그간 친명 비명간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 비명계 인사들을 중용할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전날 발표된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들도 마찬가지로 친명계 인사로 채워졌다. 호남 몫으로 지명된 임선숙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 후보 시절부터 그를 최측근에서 수행했던 정진욱 전 이재명 캠프 대변인의 배우자다. 영남 몫으로 지명된 서은숙 부산시당위원장은 당대표 후보 선거 당시 이재명 캠프 부산 총괄자로 활동했다.

이재명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인사들은 올해 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주요 요직을 맡게 됐다. 7인회 구성원인 김남국 의원과 문진석 의원은 미래사무부총장과 전략기획위원장에 각각 임명됐다. 

이른바 ‘7인회’는 민주당 비주류였던 이 대표를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도운 민주당 의원들로서 최측근 그룹으로 불린다. 4선 중진 정성호 의원을 필두로 김영진·김병욱·임종성 재선 의원, 초선인 문진석·김남국 의원, 이규민 전 의원 등이 소속돼 있다. 

사무총장과 조직부총장에 각각 임명된 조정식 의원과 이해식 의원, 유임된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해찬계이지만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를 지지했다. 최근에는 이들을 친명계 인사로 분류하고 있다.

대변인 그룹 또한 마찬가지다. 수석대변인에 임명된 안호영 의원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정세균 캠프에 있다가 정 전 의장의 중도 사퇴 후 이 대표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원외 대변인에 임명된 김현정 평택을 지역위원장과 황명선 전 논산시장도 그간 뚜렷한 친명 행보를 보여온 인사들이다. 

친명계 일색의 인선을 두고 당내에서는 너무 과도한 편향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의 불만이 주류이지만 일부 친명계에서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명계는 당분간은 숨죽이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차기 총선의 실질적인 공천권을 쥐고 있는 만큼 돌출 행동으로 이 대표의 눈 밖에 나지 말아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명계 A의원은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 공식 채널을 통해서 당직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거나 검증되지 않고 기존 조직의 측근을 통해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최근 이어진 당 인선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의 통합을 바란다면 더더욱 당의 공식 채널로 절차를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임기 초반인 만큼 조금 더 지켜보겠지만, 당 대표가 의도한 게 과연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의원은 “전날 원외 인사들이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됐는데 아무래도 최고위원은 무게감이 있고 정치적인 구조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사회적 직함만을 갖고 최고위원을 맡기엔 부족하다. 또 일주일에 세 번씩 회의에 참석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잘 짚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李, 계파 통합 말한 거 아냐...임기 초반 자기 사람 쓰는 거 당연”
차재원 “‘사법적 리스크’ 등 외부 요인 시급...통합 행보 잠시 미룬 것”

정치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강조한 통합의 의미와 현재 당내 상황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박상병 평론가는 이 대표가 말한 통합은 당내 계파 간 통합만을 얘기한 게 아니고 지역과 계층, 성별 등 국민적 통합을 지칭한 것이라면서 이미 통합과정에 들어섰다고 해석했다.

박 평론가는 7일 본지와 통화에서 “비명계 인사를 임명한다고 해서 당내 통합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또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인 것도 계파 간 서로 화합하라는 의미보다는 똘똘이 뭉쳐 윤석열 정부하고 싸우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당 지도부가 임기 초반에는 자신과 철학을 공유하거나 뜻이 맞는 이들을 당 요직에 앉힐 수밖에 없다”며 “이번 친명 인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재원 평론가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놨다. 임기 초 ‘사법리스크’라는 대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약속했던 통합 행보는 다소 미루고, 일단 효율적인 대응체계를 갖춘 것으로 봤다.

차 평론가는 “본인에게 검찰 소환장이 날아드는 가운데 이 대표 입장에서는 계파 균형을 따지고 할 상황이 아니다”며 “아무래도 총력전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자신과 잘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이 대표를 향해서만 소환장이 날라들었지만 다수의 비명계 의원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어 비명계 의원들도 당분간은 통합을 따지고 말고 하진 않을 것 같다”며 “사법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난 뒤에서야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두고 다시 통합 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이때가 되면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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