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충성 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과기정통부 산하 3급 이하 전 공무원에게 새 정부의 국정과제 이해를 위한 동영상을 의무적으로 시청하도록 하고, 이를 실적으로 제출토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또 윤 정부의 국정 목표를 담은 게시물을 일선 우체국 내 잘 보이는 곳에 게시토록 지시도 내렸다.
8일 쿠키뉴스가 입수한 8월 26일 자 과기정통부 공문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부처 3급 이하 전 공무원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관련 동영상 시청을 지시했다.
인재개발플랫폼을 통해 총 3세션의 특강을 시청토록 지시하고 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비전·목표·과제, 경제정책 방향, 규제혁신전략 등의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특히 공문에서는 동영상을 본 후 시청 실적을 서류로 작성해 제출토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부의 기조에 맞게 정부 조직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전 정부들에서도 이뤄졌지만, 공무원들의 동영상 시청 내역들을 직접 서류로 작성해 실적 보고토록 하고 있기에 논란이다.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고 무조건 보라는 사실상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과기정통부가 아닌 다른 중앙부처에서 15년 넘게 근무하는 한 일선 공무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가 바뀌면 국정과제 및 목표 이해를 돕기 위해 동영상 시청을 권장하기는 하지만, 이를 취합해 실적으로 보고하라는 지시는 받은 적이 없다”며 “이를 공문에 명시해 내렸다면 너무 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소속 공무원들의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한 과기정통부 산하 일선 공무원은 쿠키뉴스에 “아직 내각 구성도 마치지 못했으면서 동영상 던져주고 실적까지 보고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총리실·행안부에서 이러한 지시만 줄여도 행정 업무의 효율성이 더 높아지고, 국민 행정 서비스 향상이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 우체국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우체국 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국정과제 액자를 걸라고 지시가 내려오자 벽까지 뚫어 게시하는 걸 봤다”며 “액자 건다고 국정과제가 제대로 이해되는 게 아니다. 이게 진짜 보여주기식 행정이자 무리한 충성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부 각 부처들이 새 정부의 코드를 의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행정 효율성과 국민 편의는 무시한 채 구시대적인 발상 수준에 머문 채 앞다퉈 충성 경쟁하는 모습이 현 정부의 현실”이라며 “국민을 생각한다면 과도한 충성 경쟁보다는 서민들의 민생을 먼저 살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