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 파악에 나선 여야가 ‘아전인수’식 제각각 해석을 내놓으면서 물러섬 없는 사법 대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을 강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상대편을 향한 강력한 사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 될 거라 전망이 나온다.
1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추석 연휴 동안 민심 파악에 나선 여야는 민심을 거론하면서 상대 당을 향한 강력한 사법적 대응 방침을 재차 밝혔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철저한 검찰의 수사를 주문한 데 이어 ‘김정숙 특검법’까지 거론하면서 날 선 공격을 퍼부었다. 또 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정치탄압’이라고 강하게 맞서며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우선 여당은 검찰의 수사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 대표의 범죄 사실이 곧 드러날 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이 대표 지키기 위해 사당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며 “이번 검찰 기소는 일부 의혹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관한 것으로 범죄 의혹에 대한 본격적 수사는 아직도 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게이트 문제는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들도 제기했다”며 “정치 보복이라고 우기는데 보복의 주체는 민주당 스스로인가”라고 되물었다.
권 원내대표 말대로 이 대표는 현재 각종 범죄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 8일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이 대표가 한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경찰은 13일 이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특혜 의혹’ 사건을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했다.
아울러 이 대표에게 제기된 핵심 의혹인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검경이 각각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대장동 개발에 관여했는지 수사하고 있고,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 중이다. 아울러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제외한 모든 각종 의혹 사건들이 검찰에 넘겨지면서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걸로 보인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본격화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여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간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신중론을 유지하던 비명계까지 합세하면서 ‘김건희 특검법’이 당론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비명계 한 의원은 13일 쿠키뉴스에 “처음에는 당내 신중론도 나왔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검찰의 태도에 당론 추진으로 여론이 점차 돌아서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종찬 “尹·李 중 한 명 무너져야 협치 가능...5년 간 ‘민생패싱’ 지속될 것”
신율 “여야, 사법 리스크 시선 돌리기, 오히려 민생 협치할 수도”
여야 간 사법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양당이 추석 민심 탐방을 통해 확인한 민생 위기에 대한 정책적 통합은 소원해질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여야가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나, 사법적인 여야 논쟁이 치열해질수록 협치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아오더라도 여야가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을 당시에는 시급한 민생법안이라고 할지라도 빠르게 합의에 이르지 않았고, 본회의부터 상임위가 파행될 가능성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헌정 역사상 유례없는 극단적인 대립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나 이재명 대표 한쪽이 완벽하게 무너지지 않는 이상 임기 5년간 협치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소장은 “협치가 없으면 당연히 민생법안 처리도 소원해지는 건 당연한 일로 결국 국민이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며 “결국 민생 패싱의 책임은 야당보다는 정부와 여당에 게 더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치명적인 사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여야가 오히려 민생법안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야 모두 서로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보니 부정적인 국민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책 찾기에 골몰할 수 있다”며 “역설적이지만 민생법안 통과하는 모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기본적으로 여야 간 사이가 좋지 않으면 법안 및 예산안 통과가 난항을 겪는 게 사실이지만, 이재명 대표나 김건희 여사에 대해 수사하는 게 적합하다는 여론조사가 연일 나오고 있다”며 “여야 양쪽 모두 치명타가 되는 사법 리스크를 피해야 하는 처지이기에 오히려 대안으로 민생 챙기기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