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당역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에선 “여성 대상 범죄에 왜 여성혐오가 아니냐”는 의견과 “스토킹 살인사건이 왜 여성혐오냐”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일부에선 “신당역 살인 사건으로 젠더 갈라치기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장관은 1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한 후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란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이날 추모 공간 벽면에 ‘비통한 심정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붙였다.
그는 “가해자가 불구속 송치되는 등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이 굉장히 안타깝다”며 “피해자를 초기부터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법무부와 경찰청, 여가부가 협력해서 빠지는 부분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이날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여성혐오’ 키워드가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SNS에 “스토킹하고 몰카 찍다 걸려서 (경찰에) 잡히고 그 원한으로 일어난 살인인데 여성 혐오가 아니라니”라며 “이게 여성혐오가 아니라는 여가부 장관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면서 여가부 장관이 굳이 추모하러 찾아간 이유는 뭐냐”라며 “(여가부와) 상관있어서 (추모공간에) 온 것 아니냐”고 따졌다.
여성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들끓었다. 한 누리꾼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살해한 것인데 왜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냐”고 분노했다. 이 외에도 “이 사건을 접하고 여성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 “화가 나고 참담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여성혐오가 아닌 스토킹 가해자의 범죄라며 젠더 갈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경계했다.
한 누리꾼은 관련 뉴스 댓글에 “범죄는 남녀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분해야 한다”며 “남녀로 구분하니 사회적 갈등만 커지고 범죄 예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숨진 피해자는 너무 안타깝지만 가해자의 문제를 남성 잘못이라고 보는 건 문제” “여성혐오가 아닌 보복범죄” “젠더 갈라치기로 변질되서는 안된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