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 사건’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40대 남성이 여성 혼자 사는 옆집 소리를 엿듣고 녹음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강제 분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8일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4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월부터 이달 초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옆집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헤드셋을 쓴 A씨가 옆집 현관문에 휴대폰을 가져다 대는 모습이 찍혔다. A씨는 하루에도 대여섯차례나 이런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옆집에 혼자 사는 여성 B씨는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밖에 나오려고 문을 열면 현관 앞에서 A씨와 종종 마주쳤다고 전했다. 이런 행동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B씨는 A씨에게 항의했지만 오히려 충격적인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B씨는 KBS를 통해 “저를 생각하고 우리 집을 생각하면, 성적인 흥분을 느껴서 그렇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사비를 줄테니 이사를 가라” “고소는 하리 말라”고도 말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경찰에 A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B씨에게 스마트워치와 출퇴근 신변 경호를 제공하고, A씨에게 접근금지 경고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를 격리할 수는 없었다. 스토킹 범죄 처벌법 관련 규정에 따르더라도 강제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옆집에 살다보니 접금금지 조치도 실효성이 없다. B씨는 “성폭력을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하지 않는 이상 저를 보호해주거나 그 사람하고 격리할 수 있는 법이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박성배 변호사는 YTN을 통해 “경찰은 현장에서 긴급 임시조치를 할 수 있고 이에 위반할 경우, 즉 접근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 금지 조치를 했음에도 그 조치를 위반했을 때는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와 별개로 법원이 같은 내용의 잠정 조치를 내렸음에도 연락을 지속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즉 간접적인 통제 수단을 마련돼 있지만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중단시킬 만한 제도적 보완은 아직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