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은 한 달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에 “징역 9년이라는 중형을 받게 된 게 피해자 탓이라는 원망에 사무쳐서 범행했다”라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사건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전주환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전주환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직접적인 범행 동기로 ‘8월18일 구형’을 지목했다. 당시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A씨로부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검찰은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씨는 구형일인 8월18일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집 주소를 조회했다. 경찰은 “범행 당일인 14일 두 번, 9월 5·9·13일 각 한 번 등 4일에 걸쳐 다섯번 피해자의 이전 주소지를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복합적 심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범행 당일에는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전주환이 A씨의 근무지와 시간을 조회해 근무지까지 찾아와 범행한 점, 샤워캡과 장갑 등 범행 도구를 챙겨나온 점, GPS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전주환은 흉기 구입에 대해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여차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워캡에 대해선 “범행 현장에 머리카락이 빠져 증거가 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쓴 것으로 본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전주환은 범행 직전 현금 1700만원을 인출하려다 실패한 것에 대해 경찰은 “(이튿날 예정된 선고에서) 법정구속될 것에 대비해 신변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주환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면서 “부모님께 드리려 했다”고 인출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2차 고소건 당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경찰은 “2차 고소건이 1차 고소건에 비해 많이 확장되지 않았다”며 “직접 피해자를 찾아오지 않아 직접적, 물리적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전주환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포토라인에 서서 혐의를 인정하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 제가 정말 미친 짓을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은 분노로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을 통해 “완벽한 계획 살인” “살인해놓고 피해자 탓” “자기 자신의 손으로 인생을 망하게 하고 누가 누구를 원망하나” “9년을 구형 받을 정도면 중범죄잔데 활보하게 내버려 뒀다” 등의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