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미국보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은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한미 금리차는 이번 미 FOMC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0.75% 차이까지 벌어져 외국인 자본의 유출 우려를 키운다. 자본 유출은 환율과 증시 불안을 불러오는 만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최소 0.5%p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2일 새벽 FOMC 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0.75%p 올린다고 밝혔다. 미 기준금리는 이번 인상으로 2.25%~2.50%에서 3%~3.25%로 올라갔다. 또한 이번 인상폭 0.75%p 만큼 한미간 금리차이가 벌어졌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2.50%를 유지 중이다.
통상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게 균형이 잡힌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외국인 투자자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수익을 찾아 이동한다. 따라서 한국의 기준금리 보다 미국의 금리가 높으면 외국인 투자자금, 특히 달러가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미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은 이미 시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에 진입해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16일에는 외환시장 시작과 함께 1399원을 찍으며 1400원 목전까지 환율이 상승했다. 환율 안정을 위해 당국이 수차례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오르는 환율을 잡지는 못 했다.
환율 상승과 함께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9일까지 코스피에서 1조512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15일 외국인 비중은 30.36%로, 2009년 7월 2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자본유출을 무조건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과거 한미 금리차가 역전된 당시 외국인의 주식·채권 등 증권 투자금이 오히려 증가한 사례도 있다. 다만 현재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중국의 경기둔화 등 글로벌 리스크가 산재해 있어 자본유출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달 공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국제수지 관점에서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차가 지속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향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역전기간이 길어지거나 주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국내에서도 일부 외국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미 금리 차 자체가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한미 금리 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건 좋지 않다. 원화 절하(환율 상승)의 간접적인 효과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상폭에 이목을 집중한다. 한은이 향후 금리차 축소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폭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한은은 올해 남은 두 번의 금통위에서 0.25%p씩 점진적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기조를 보여왔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국내 물가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금리를 0.25%p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한은의 점진적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한은이 올해 두 번의 점진적 인상에 나설 경우 연말 기준금리는 3.0%. 반면 연준 역시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지금과 같은 속도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차는 0.75%p에서 더 벌어지게 된다. 시장에서는 미 기준금리가 연말 최소 4%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한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p 이상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삼성증권은 “현시점에서 한국의 기준금리(현재 연 2.50%) 전망치 상단을 연 3.0%로 제시하는 것은 희망고문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기준금리 전망치 상단을 3.25%로 수정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한국의 최종 기준금리를 3.5%까지도 고려하고 있는데,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가 4% 중반을 넘어 5%까지 상향될 경우 한·미 금리차는 급격히 확대된다”며 “한은이 금리 인상폭 확대를 통해 원화 약세를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