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 지침을 통해 시중금리보다 대폭 낮은 공공기관의 특혜성 사내대출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걸로 드러났다. 국토부 산하 일부 공공기관은 1%대 이자 금리로 주택자금 등 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23일 쿠키뉴스가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사내대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관들은 시중금리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의 이자율아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7%를 넘을 거란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일반 국민의 박탈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이 시중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5%대 이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학자금은 무이자, 생활자금 등은 2%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꼬집으며 업무추진비 삭감, 과도한 복리후생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는데 사내대출도 포함될지 주목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경우 2021년 기준 주택자금 1%, 생활안전자금 1.5%, 학자금은 무이자 등의 금리로 사내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총 30억원 가량의 특혜성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상환기간도 2030년~2035년으로 최장 15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다.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사내대출의 경우 시중금리를 감안해 사내대출 금리를 결정하게 되어있지만, 복지라는 명분으로 이 같은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까지 1%대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했다. 2021년 기준 주택구입, 임대주택 대출금리는 각각 1.95%, 1.8%에 연말 인정과세를 더해 책정했다. 주택구입 대출 기간도 5년 이내 거치 20년 이내 상환 조건이다. 

올해 8월부터는 5년 이내에는 한국은행 공표 금리를 적용하고, 5년 초과 시에는 법인세법에 따른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도 시중금리 대비 낮은 이자로 주택구입 및 주택임차 대출을 운영 중이다. 주택구입자금 대출 이자율은 3%이고 이마저도 최초 5년간은 2%로 상당히 낮다. 

공공기관임에도 정부의 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 사항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린 공공기관 혁신 지침은 주택자금의 대출 한도를 최대 7000만원까지만 적용하라고 했지만 한국도로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집행된 총 43건 주택구입대출 중 37건이 정부가 제시한 대출 한도 최대치를 넘었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정부의 지침을 비웃듯 최소 7000만원부터 최대 2억원 규모의 대출을 집행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유례없는 고물가·고금리로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 공공기관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공공기관 스스로 사내대출 지침을 개선하고 정부의 권고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