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산둥 타이산)이 벤투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고민을 덜어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승리했다.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2대 2로 비긴 한국은 9월 2번의 평가전에서 1승 1무로 마무리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은 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1명만 세우는 ‘원 볼란테’ 전술을 애용하면서, 그 자리에 정우영(알 사드)을 세웠다. 정우영이 부상이나 컨디션 문제로 인해 결장할 때마다 백승호(전북 현대) 등에게 기회를 줬으나 만족하지 못했다.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는 4-1-3-2 전술을 쓰면서 정우영(알 사드)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는데,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공격적인 전술에 윙백들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탓에 정우영이 커버할 공간이 너무 넓었고, 과부하가 걸렸다.
벤투 감독은 카메룬전에서는 의외의 조합을 꺼냈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손준호로 중원을 구성하는 ‘투 볼란치’ 전술을 사용했다.
손준호는 지난해 9월 레바논과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이후 약 1년 만에 대표팀에 승선했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확인하려 했으나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번 9월에 소집, 코스타리카전을 후반 교체로 소화했다.
손준호는 2020시즌 전북 현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팀의 K리그1 우승에 앞장서고 시즌 최우수선수(MVP) 상을 거머쥐었다. 손준호는 중국 무대로 건너간 뒤 슈퍼리그의 특급 미드필더로 활약해왔다. 중국 내에서 ‘산둥의 별’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손준호는 이날 카메룬을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손준호는 폭 넓은 움직임과 투쟁력으로 카메룬과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수비 때는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카메룬의 공격을 차단하고, 역습을 만들어냈다.
자신에게 공간이 열리면 측면 공격수들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전달, 공격의 시작점 역할도 했다. 손준호가 옆에서 경기를 풀어주자 ‘중원 사령관’ 황인범(올림피아코스)도 이전 보다 수월하게 경기를 펼쳤다.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빈 손준호는 후반 26분 정우영과 교체 아웃됐다. 손준호는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월드컵까지 이제 2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손준호의 활약은 벤투호의 고민을 덜어내줄 것으로 보인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