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강도 긴축 영향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에 진입했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시장의 높아지는 금리 흐름을 따라 잡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올해 한국은행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0%p 인상) 가능성이 유력한 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의 이자부담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전날 기준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281%로 지난해 말 대비 2.303%p 인상됐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6.828%로 1.779%p 올랐고, 신용대출(금융채 6개월)은 6.77%로 1.38%p 상승했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7%대 진입은 미 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과 강도 높은 긴축 의지에 영향을 받았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혼합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전날 5.72%로 올해 초 대비 3.22%p 올랐다.
미 연준은 물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FOMC위원들은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 수준을 올해 말 4.4%, 내년 말 4.6%로 내다봤다. 한은은 한미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지자 기준금리 인상폭 0.25%p에 변화를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기대가 바뀌었다. 이로 인해 물가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토해서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인상은 소득이 제한적인 차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3억원(원리금균등, 30년만기)을 변동형 주택담보대출로 빌렸을 경우 금리가 3%일 때 월 126만원만 납입하면 되지만 5%로 올라가면 161만원, 7%는 199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만약 금리가 8%까지 올라가면 차주가 월 납입해야 하는 원리금은 220만원으로 증가한다.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대출 원리금이 금리가 3%에서 8%로 오르면 월 100만원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국내 은행들이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금리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대세 상승에는 역부족인 상황.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신한 전세대출’ 3종의 고정금리(금융채 2년물 지표금리)를 일괄적으로 0.3%p 낮추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NH새희망홀씨대출, NH청년전월세대출 등에 최대 0.5%p의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달 주담대 혼합금리형 상품의 금리를 0.2%p 낮췄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내 8%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미 연준의 긴축 의지가 당초 예상보다 강경하고, 한국은행 역시 미 금리를 따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시장 금리도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말 8% 진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금리 인상기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141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로 했으며, 변동형 주담대를 고정형 주담대로 전환하는 안신전환대출을 출시했다. 또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는 물론 중소기업의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대환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