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소상공인 육성이라는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정가는 소진공 이사장직을 수행 중인 박성효 이사장(전 대전시장)이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출마하려는 지역 표심을 미리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현 소재지인 대전 중구를 떠나 유성구 소재 엑스포 타워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해당 건물은 대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과학거점 랜드마크로 불려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소진공의 본사 이전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는 박성효 이사장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대전시장 출신의 인사로 제19대 국회의원(대덕구)을 지내고, 자유한국당 시절에는 대전광역시당 당협위원장(유성구 갑)을 지냈다. 특히 올해 6·1 지방선거에 대전시장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마지막에 불출마 선언했고 7월 소진공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오는 2024년 총선에 나설 거라는 전망이 있어 미리 지역 표심잡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정가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 중이다. 소상공인 육성이라는 기본적인 소진공 설립 취지와 반해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다.
원도심을 활성화해 지역 균형 발전에 힘써야 할 시점에 소상공인 육성을 목적으로 한 소진공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모양새가 부적절하고,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이 본인 임기 내 이전하려는 게 시기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대전 유성을’을 지역구로 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소진공을) 유성구로 옮겨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소상공인이 많은 원도심 지역에 있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된다”며 “당초 (소진공이) 중구에 위치했던 이유도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갑 지역구 조승래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조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대전시장까지 하셨던 분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그렇게 하셨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굳이 현재 있는 지역에서 옮겨야 할 명분이 있겠느냐”며 “직원들의 근무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라면은 중구나 동구 등 주변에 더 좋은 곳을 구할 수 있다. 대전을 전체적으로 균형 발전해야 하고 원도심 활성화라는 취지에 비춰서도 현 위치에 있는 게 괜찮아 보인다”고 일갈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1999년 소상공인지원센터 설치운영을 시작으로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상공인 육성과 전통시장·상점가 지원 및 상권 활성화를 설립목적으로 하는 준정부기관으로서 소상공인정책자금 지원부터 소상공인 육성, 전통시장 활성화 등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측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설립 취지와 반하는 이전에 대해 “비가 오면 현재 있는 건물에 비가 새 이전을 하려는 것”이라며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450여 명의 직원을 수용할 곳을 찾지 못했다. 당장 사옥을 마련할 수 없으니 잠시 임대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이전) 결정이 나진 않았고 이사장의 결심만 남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