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모의고사 마친 벤투호, 그들에게 남겨진 것

최종 모의고사 마친 벤투호, 그들에게 남겨진 것

기사승인 2022-09-29 17:47:53
카메룬전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 베스트 일레븐.   대한축구협회(KFA)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만 남겨둔 벤투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 평가전에서 전반 34분 손흥민의 헤딩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승리했다. 카메룬전에 앞서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전에서 2대 2로 비긴 한국은 9월 2연전을 1승 1무로 마무리했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완전체로 펼친 마지막 평가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1월 카타르 출국에 앞서 출정식을 겸한 최종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제축구연맹(FIFA) 지정 A매치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파들이 합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카타르에서는 별도의 평가전 없이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가다듬고 조별리그에 나선다.

벤투호의 이번 2차례의 평가전은 희망과 불안이 교차했다. 벤투호가 남긴 긍정적인 부분과 숙제는 무엇이었을까.

황희찬(왼쪽)의 득점 후 하이파이브를 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SON톱’으로 황희찬 활용 극대화

벤투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공격 전술을 다듬는 데 포커스를 뒀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이번 2경기에서 주 포지션인 왼쪽 윙어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됐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황의조(올림피아코스)와 함께 투톱을 이뤘고, 카메룬전에서는 홀로 전방을 맡았다. 

이는 손흥민의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 월드컵에서 약체로 분류되는 한국이 전력 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비에 집중하고,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리는 방법이 효과적으로 꼽힌다. 카메룬전에서는 이를 의식하고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롱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기도 했다.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로 넘어가면서 황희찬(울버햄튼)은 가장 많은 수혜를 봤다.

황희찬은 평소 소속팀에서는 왼쪽 측면 날개 자원으로 뛰지만, 벤투호에서는 손흥민과 공존을 위해 오른쪽으로 옮겨 뛴다. 황희찬을 왼쪽 윙어로 활용한 건 지난 6월 칠레와 평가전과 유사한 배치였다. 당시 황희찬은 칠레를 상대로 맹활약을 펼치며 득점을 뽑아낸 바 있다.

이번 2연전에서 모두 왼쪽 윙어로 뛴 황희찬은 상대 수비수를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며 공격의 중심에 섰다. 파괴력 있는 돌파에 코스타리카와 카메룬 수비수들도 쩔쩔맸다. 황희찬은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윤종규의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왼쪽 라인을 형성하는 왼쪽 윙백 김진수(전북 현대)와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황희찬의 뒤를 맡는 김진수가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공격을 대신 시도하기도 했다. 김진수가 공격 시도 후 라인 복귀가 늦어지면 황희찬이 하프 라인 밑까지 내려와 수비를 도와주기도 했다.

카메룬전에서 손흥민의 득점도 황희찬과 김진수가 합작해 만들어냈다. 당시 공을 가지고 있던 황희찬이 왼쪽 측면에서 올라오는 김진수에게 볼을 건넸고, 김진수는 기습적인 슈팅으로 카메룬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를 흔들었다. 흘러나온 루즈볼을 손흥민이 머리를 이용해 득점으로 연결했다.

황희찬은 코스타리카전이 끝난 뒤 “자리에 상관없이 많이 돌파하고 흔들어주면서 팀 동료들이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손)흥민이형과 자리를 많이 바꿔가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태클로 공을 뺏는 손준호.   연합뉴스

손준호의 재발견, 더블 볼란치 사용 가능성↑

‘산둥의 별’ 손준호(산둥 타이산)의 합류로 중원도 더욱 다양한 조합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손준호는 지난해 9월 레바논과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이후 약 1년 만에 대표팀에 승선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손준호의 기량을 확인하려 했으나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교체로 출전한 손준호는 카메룬전에서는 선발 명단에 포함돼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 배치하는 ‘더블 볼란치’로 나섰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1명만 세우는 ‘원 볼란치’ 전술을 애용하면서, 그 자리에 정우영(알 사드)을 세웠다. 다만 정우영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컸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혼자 많은 영역을 커버해야 해 체력적인 부담이 컸고, 패스가 다소 투박하다는 평이 따랐다.

손준호는 카메룬전에서 넓은 움직임으로 한국이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기여했다. 수비 때는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카메룬의 공격을 차단하고, 곧장 역습 찬스를 만들어냈다. 자신에게 공간이 열리면 측면 공격수들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전달, 공격의 시작점 역할도 했다. 손준호가 옆에서 경기를 풀어주자 ‘중원 사령관’ 황인범도 이전 보다 수월하게 경기를 펼쳤 수 있었다. 

월드컵에서 강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수비가 더욱 보완되야 한다는 지적이 따랐는데, 더블 볼란치 전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벤투 감독이다. 손준호는 카메룬전이 끝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열린 인터뷰 때 “안정적으로 가려면 더블 볼란치가 나을 수도 있다. 수비적으로 경기를 할 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인범이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고, 수비에 집중해 무실점을 하려고 했던 게 도움이 됐다”라고 전술에 대해 설명했다.

상대 공격수를 따라가는 김민재.   대한축구협회(KFA)

수비 불안은 여전했고, 조커 활용 고민도 깊어져

벤투호는 지난 6월 부상으로 빠졌던 김민재(나폴리)가 합류했음에도 여전히 수비가 불안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터프하게 상대 공격수들을 막아낸 김민재와 달리 다른 선수들이 활약이 저조했다.

특히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좌우 풀백으로 나온 김진수와 윤종규(FC서울)가 활발하게 오버래핑에 나서며 공격에서는 제 몫을 했지만, 뒷공간이 잇따라 뚫리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카메룬전에서는 수비 조직력이 나아졌다는 평이 따랐지만, 더 강한 상대들이 즐비한 월드컵에서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왼쪽 풀백의 경우 김진수가 사실상 주전을 확보했지만, 우측 풀백의 주전은 아직도 결정되지 않은 모양새다. 김태환(울산 현대), 김문환(전북 현대), 윤종규가 소집된 가운데, 윤종규는 코스타리카전을, 김문환은 카메룬을 소화했다. 김태환은 이번 2연전에서 경기를 뛰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강인.  연합뉴스

분위기를 바꿔줄 조커 카드 미활용도 아쉽다는 지적이 따랐다.

벤투 감독은 이제껏 교체 카드를 전부 활용하지 않고, 스쿼드 운용 폭을 좁게 가져간다는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나상호, 권창훈 등 벤투호에는 이미 검증을 마친 윙포워드와 미드필더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 흐름을 바꾸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경기 분위기를 바꿔줄 한 방을 갖춘 스타일은 아니다. 

현재 대표팀에서 활용할만한 조커 자원으로 이강인만 한 선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 시즌 이강인의 컨디션은 유럽파를 통틀어 가장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6경기에 출전해 1골 3도움을 기록, 어시스트 리그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경기 조율 능력이나 패스 정확도 등은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충분하다는 평이다.

1년 6개월 만에 벤투호에 승선한 이강인은 이번 9월 A매치 2연전에서 출전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끝내 외면했다. 경기 막바지 계속해서 카메룬에 공격당하자 분위기를 바꿀 선수로 이강인이 떠올랐지만 벤투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로 다친 백승호(전북 현대)를 투입했다. 

이강인이 9월 A매치 2경기에서 모두 결장하면서 카타르 월드컵 본선 최종 명단에 들 가능성도 미궁에 빠졌다. 기존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 엔트리가 변수지만, 2년 가까이 활용하지 않은 공격 옵션을 본선에 데려갈지는 미지수다. 경기 양상을 바꿔줄 조커 카드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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