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에 반발했다. 이에 당은 감사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며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은 지난 6월 “최초 보고 과정과 절차 등을 정밀하게 점검해 업무처리가 적법·적정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감사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감사원이 34개 분야에 달하는 특정사안 감사를 새로 시작하면서 감사위원회의 개별 의결도 거치지 않았고, 특정감사의 취지와 어긋나게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체적인 감사의 방법 등도 감사원에 적용돼야 하는 '과잉금지 및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재해 감사원장이나 유병호 사무총장 등 구체적인 고발 대상, 고발 시기는 조금 더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통보를 두고는 “아직 서훈·박지원 두 전직 국정원장을 조사하지 않은 상태인데 '윗선'인 대통령에게 불쑥 질문서를 들이민 것”이라며 “누구의 입에서도 대통령과 관련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물어볼 수 있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그저 문 전 대통령이 서해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것, 그렇게 전임 대통령을 모욕주려는 마음만 급했던 것 아니냐”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여온 모든 소란의 종착지가 문 전 대통령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외교 중 ‘비속어 논란’ 등에 휩싸인 점을 거론하면서 “검찰의 칼날을 휘두르며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이기에, 다시 검찰의 칼날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칼끝을 전임 대통령에게 겨눔으로써 우리 사회를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겠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윤 대통령이 휘두르는 칼날은 결국 윤 대통령의 발등에 꽂힐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치 탄압에 대한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 측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며 '질문서를 보낼 테니 서면조사에 응하라'는 내용으로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보고받고서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메일을 즉시 반송 처리함으로써 서면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해수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서해 최북단 소평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있다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이다. 북한군은 이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경은 이씨 사망 일주일 후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씨가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고, 실종 당시 슬리퍼가 선상에 남겨져 있었다는 점 등을 월북의 근거로 제시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