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에 대법 “국가 배상 책임 없다”…유족 “끝내 진실 외면”

윤일병 사건에 대법 “국가 배상 책임 없다”…유족 “끝내 진실 외면”

法, 가해자 이씨 배상 책임만 인정
군 인권센터 “가해자에만 따뜻한 법”

기사승인 2022-10-04 11:35:45
 2014년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오른쪽에서 두번째)가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윤 일병 사건 국가배상소송 대법원 상고심 심리불속행기각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4년 선임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숨진 고(故) 윤승주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식 안철상 대법관)은 지난달 29일 윤 일병 유족이 선임병 이모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이씨의 배상 책임만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심리불속행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형사사건을 제외하고 상고 사건 가운데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이다.  

윤 일병은 육군 제28사단에서 당시 병장이던 이씨 등 선임병들의 폭행과 가혹행위로 2014년 4월 생을 마감했다. 

군 당국은 초동 수사에서 사망 원인을 질식사로 발표했으나 군 인권센터는 가혹행위로 인한 외상성 뇌손상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후 군은 재수사를 통해 윤 일병의 사인을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좌멸증후군’ 등으로 변경했다. 

주범인 이씨는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돼 징역 40년, 나머지 공범들은 상해치사죄로 징역 5~7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유족들은 2017년 7월 이씨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병장은 윤 일병 사망에, 국가는 사고 경위와 사망 원인을 은폐하려 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1심은 이씨에게 4억907만원의 배상을 명령하면서 국가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군 수사기관의 수사와 발표에 위법성이 없고 고의로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족은 대법 결과에 분노했다. 윤 일병 어머니 안미자 씨는 이날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윤 일병 사건 국가배상소송 상고심 심리 불속행 기각한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문을 통해 “법은 끝끝내 진실을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안씨는 “대법원은 다를 줄 알았다. 하급심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 잡아줄 줄 알았다. 기가 막히게도 심리도 해보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하더라”며 “군대에서 떠난 아이들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건 국가가, 법이 이 아이들의 죽음을 막고, 돌보기 위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을 외면하는 대법원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그 생각을 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군 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고 윤승주 일병의 죽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최종 부인했다”며 “군에서는 여전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보단 진실을 감추고 거짓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되는 까닭은 조작에 성공하면 좋은 일이고, 설령 실패해도 거짓말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군 내부에 만연히 퍼져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에게는 차갑고 냉혹한 법이 유독 가해자에게만 따뜻하고 합리적이라는 피해자 유가족들의 절규만 아프게 허공을 맴돈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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