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출한 반려동물 의료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인의 신고나 지자체의 점검을 통해 수의사의 부적절한 진료행위가 확인되면, 면허정지 등 처분을 하고 있지만, 동물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정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동물의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동물병원 의료사고‧분쟁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반려인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 또는 지원제도를 마련한 것은 전혀 없었다.
이에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해도 반려인들은 국가로부터 제도적 지원을 받거나 동물병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6월 프로포폴 마취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한 반려견 A는 2013년 태어난 노령견이자 투병 중인 상태였기에 프로포폴을 과다하게, 또는 빠르게 투여하면 무호흡이 발생할 위험이 있었으나, 수의사는 프로포폴과 함께 투여하면 쇼크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는 부토파놀과 아트로핀 등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A의 반려인은 동물병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했다.
또 올해 7월에는 건강검진을 위해 동물병원을 방문한 반려견 B가 반려인의 동의도 없이 이빨 9개를 뽑힌 후 급격한 체중 감소와 건강 악화로 이틀 만에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현행 ‘수의사법’은 수의사가 동물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수술 등 중대진료를 하는 경우 반려인에게 진단명과 진료의 필요성, 방법과 내용, 진료 시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반려인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지만, B의 반려인은 수의사에게 이빨을 뽑았을 때 반려견의 생명이나 신체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도 듣지 못했고, 동의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이후 수의사 면허정지 건수는 고작 33건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동물병원 관련 피해신고 988건 가운데 수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부작용(242건, 24.5%)이나, 오진(108건, 10.4%)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수의사가 의료과실로 면허정지를 받은 건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반면 사람의 경우 의사의 과실로 의료사고를 당하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2017년 이후 조정절차가 종료된 7557건 중 3912건의 합의와 742건의 조정 결정 성립, 6건의 중재 등 4,660건을 조정‧중재하는 성과를 냈다.
김승남 의원은 “동물의료도 사람에 대한 의료처럼 의료사고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하고, 수의사의 의료과실로 반려동물이 사망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처럼 반려인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농식품부가 동물의료도 사람에 대한 의료처럼 동물의료사고·분쟁 가이드라인과 사고로 인한 분쟁을 실질적으로 조정·중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게 되면, 우리나라 동물의료 서비스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도 반려동물 의료사고에 대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동물의료사고 발생 시 반려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동물의료계,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와의 논의를 거쳐 동물병원 의료사고‧분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