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는 의혹은 군 당국의 미사일 훈련 도중 발생한 낙탄 때문으로 밝혀졌다. 군 당국이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 대응 조치로 미사일 4발을 발사했고, 이 과정에서 낙탄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강릉시와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부터 다음날인 이날 오전 1시 30분께 강릉의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인근에서 큰 폭발음이 들리고 화염이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날 오후 11시께 강릉의 맘카페에는 “천둥인가요?”라고 묻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미사일인 줄, 뭔가 번쩍했다” “ 뭔가 빨갛게 번쩍하더니 펑 소리가 나더라. 대체 뭐냐” “안그래도 북한이 미사일 쏘고 무서운데 무슨 소리냐” “전쟁난 줄 알았다” 등의 댓글이 올라오며 술렁였다.
교동에 사는 주민 A씨는 “소리가 너무 커서 겁이 났다”고 말했고, 송정동에 사는 주민 B씨도 “아기 재우다가 너무 놀랐다.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렸고 무서웠다”고 했다.
입암동에 사는 주민 C씨는 “제발 (재난) 문자라도 줬으면 좋겠다”며 “새벽에 이렇게 요란하게 훈련을 하다니 잠도 못 잤다”고 말했다.
수 시간이 지나도록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관련 정보가 나오지 않자 ‘비행기가 추락한 것 아니냐’ ‘군부대 폭발설’ ‘큰일 일어난 것 아니냐’ ‘이 정도인데 기사가 하나도 없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등의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실제 미사일 사격은 이날 오전까지 엠바고(보도 제한)가 걸려있었다.
지역 카페에 주민들은 강릉시청과 소방서 등에 이유를 문의했으나 ‘군 훈련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강릉소방서도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하다가 군부대 측으로 훈련 중이라는 답변이 와 귀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란스러운 소동은 5일 오전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로 끝이 났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의 IRBM 도발에 대해 한미 연합 대응 사격 과정에서 우리 군의 현무-2C 탄도미사일이 강릉 지역에 낙탄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으며 불꽃은 추진체가 연소하면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군은 기지 내 인명 피해가 없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로 군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주민들에게 ‘훈련’이라는 안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민원이 쇄도하는데도 당시 상황을 제때 발표하지 않아 주민들이 밤새 불안에 떨게 하는 등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의 발표 이후 강릉 지역 카페 등에는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좀 더 일찍 뉴스를 내줬으면 좋았을 것” “수도권이었으면 속보를 내고 사과방송까지 했을 것” “이렇게 조용하다니 너무 속상하다” “시장 브리핑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아쉬운 목소리가 잇따랐다.
강릉이 지역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며 “재난 문자 하나 없이 무작정 엠바고를 취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 사고에 대한 공식 보도자료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현무-2 낙탄 사고는 강릉시내 전역에서 목격됐으며 사고로 인해 발생한 강한 섬광과 굉음, 하늘 높이 치솟은 화염에 강릉 시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였다”며 “훈련이라는 안내조차 없이 실시한 이번 훈련에서 오발 사고까지 벌어지면서 강릉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낙탄 사고가 일어난 곳은 강릉 시내에서 멀지 않은 강릉 제18전투비행단 인근으로, 자칫 궤도를 달리해 민가로 떨어졌다면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