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반대는 정치 하지 말자는 것”

“연합 반대는 정치 하지 말자는 것”

[이영광의 간(間)보기]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

기사승인 2022-10-10 06:00:01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이정미 제공)

정의당 대표를 지낸 이정미 전 의원이 정의당 7기 전국 동시 당직 선거에 당 대표로 출마했다. 이 전 의원은 9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의 위기 앞에서 정의당이 요구하는 리더십은 당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힘 있는 리더십, 국민들 앞에선 정의당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씻어줄 신뢰의 리더십”이라면서 이걸 제대로 할 사람은 자신뿐인 것 같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정미 전 의원이 그리는 정의당의 청사진에 대해 들어 보고자 지난 7일 이 전 의원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정의당,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는 모습 안 보인단 소리 들어”

- 지난 9월 27일 정의당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셨잖아요. 10일 지났는데 어때요?
“2년 반 코로나로 당원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어요. 그 사이에 당은 굉장히 많은 위기를 겪었죠. 그런데 유세하면서 지역 순회하며 당원들을 오랜만에 함께 만나 보니 다시 해보자는 결심이 생긴다는 말씀 많이 해 주세요. 그리고 당의 후보들이 여러 가지 논쟁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우리가 함께 당을 자강해야 하고 진보 정치 성장하는 길에 우리의 뜻이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마음 모아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지역을 다니면서 시민들도 많이 만나는데 욕도 많이 들었습니다. 무관심하면 욕도 하지 않잖아요. 당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있다는 것도 제가 확인하고 있고요. 한마디로 당이 아직 살아있고 우리가 위기라고 하지만 앞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다시 갖고 있습니다.”

- 비판 많이 들으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비판이 있나요?
“주로 당이 너무 존재감 없는 거 아니냐죠. 그리고 예전에 당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굉장히 열심히 싸워줬는데 그런 모습이 잘 안 보인다는 이야기들 많이 하셨어요. 최근에 여러 가지 당 내부의 혼란에 대해서도 걱정 많이 하시고요.”

- 왜 그런 게 지금은 안 보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가장 크게는 의회의 구성 자체가 상당히 많이 변화됐죠. 그리고 거대 양당의 진영 대립이 지금 최악의 상태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추구하는 정책들이 정쟁 사이에 묻히는 부분들도 있고 또 당이 정치적 위기에 또렷하게 자기 목소리를 일관되게 잘 내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것들도 굉장히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 일부에서는 정의당이 너무 페미니즘만 붙들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실 당이 다양한 여러 가지 의제를 가지고 싸우고 있지만 그런 것들이 잘 부각 잘 안되니까 페미니즘 부분만 두드러지게 사람들에게 인상이 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어 좀 더 여성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더 확실하게 보여드리는 게 부족했죠.”

- 예전 정의당은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는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그런 게 안 보이는 것 같아요.
“그건 여러 가지 원인 때문인데요.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것과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저 정당의 6명 국회의원이 혼란한 정국 안에서도 이거를 어떻게 밀고 나가고 있다는 걸 뚜렷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전략이 부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6411 버스는 정의당의 강령과 같은 정신”

- 출마 선언문에서 "각자도생, 알아서 살아남는 게 유일한 방편인 비정한 사회는 지속 가능한가. 권력의 바깥에서 우리를 위해 싸워주기를 바라는 이들의 질문에 답을 내야 한다“라고 하시면서 그 답으로 "우리 발밑을 든든히 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하셨죠, 하지만 조성주 후보는 6411 버스에서 내릴 때라고 하던데.
”조성주 후보가 도전자로서 이 당의 새로운 비전 보여줘야 되겠다는 의지에 대해 제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노회찬 대표님의 6411 정신을 너무 좁게 이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6411 버스는 우리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겠다는 것이죠. 그러나 연대에 그치면 안 되고 이런 불평등 만들어낸 산업과 경제 구조 바꾸는 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노회찬 대표님의 6411 정신은 그런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는 것까지 나가야 된다는 건 이미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6411 정신은 정의당의 본령이고 강령과 같은 정신이라고 봅니다. 도전자로서 그 자신이 더 강조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6411 버스에서 내리자고 얘기했겠죠, 하지만 우리는 6411 버스의 정신을 더 확실히 움켜쥐고 사회 변화로 나가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두 번째 당 대표 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당의 위기 앞에서 정의당이 요구하는 리더십은 당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힘 있는 리더십, 국민들 앞에선 정의당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씻어줄 신뢰의 리더십이다. 그걸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저이지 않을까”라고 하셨던데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당이 한 3년 정도 좌절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면서 내부의 무기력과 갈등이라는 만성 질환에 빠졌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지난 10년을 몽땅 부정하거나 당을 깨고 다시 출발하자는 청산주의로 흐르게 되면 또 다른 좌절이 반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좌절에 빠진 사람 누구나 그렇듯이 정의당에는 위로가 필요하고 또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이 필요하고 점진적인 실천이 필요하고 분명한 성취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의당은 진보 정치를 살리겠다는 당원들의 열망과 시민의 기대가 만나서 이루어진 정당입니다.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어떨 때 당이 건강하게 성장하는지를 제가 당 대표 시절에 지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굉장히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 의원님은 2017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당 대표를 하셨잖아요.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뭘까요?
“2017년은 촛불 개혁 직후 제가 당 대표를 맡았던 시기입니다. 우리가 박근혜 씨 탄핵시키려고 촛불 든 것이 아니라 우리 삶 바꾸기 위해서 촛불을 들었다고 얘기했잖아요. 그런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촛불 개혁을 입법 개혁 연대로 발전시켜 나가고 시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임무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지 않습니까? 거기에다가 지금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통치자가 필요한 때에 가장 최악의 통치자가 집권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 시기이지만 경제 위기 상황 겪고 있는 시민들의 삶의 구체적인 해결 과제를 정의당이 선도해 나가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더 강력한 정의당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죠. 왜냐하면 원내와 원외를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어야 됩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그래도 작은 정당이지만 정의당을 믿고 반개혁 정부의 잘못된 정치에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된다’라는 기대와 열망도 모아나가야 되는 때라고 봅니다.”

“정의당, 진영 논리에 흔들렸다.”

- 정의당의 위기의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최근에 당의 혼란과 위기는 외적인 요인보다는 내부적인 요인이 큰 것 같아요. 크게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가 있어요. 지난 3년 년 동안 당이 캠프 정당이 됐습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당의 모든 자원을 소진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일상 농사를 게을리해왔죠. 그런 과정에서 당의 일상 시스템이 무너져버린 상태가 돼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따로국밥 정당이 됐죠. 즉 원내와 원외가 따로 놀고 선배 당원과 청년 당원들이 갈등하는 상황이죠. 지금은 내부의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혼연일체가 되어서 함께 뚫고 나가는 정당이 돼야 되고요.
세 번째로는 진영 논리에 흔들렸죠. 우리가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되는데 남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이편에 설 건지 저편에 설 건지 흔들리는 과정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편에 설 것인가에 대한 것이 아닌 국민의 삶에 이익이 되는 방향 그리고 당이 성장하는 길에 부응하는 방향에서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세우고 신념 있게 그것을 뚫고 나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윤기 후보는 "1기 정의당은 실패했다. 1기 정의당을 주도한 심상정-이정미 노선을 연장하면 안 된다”라고 하던데.
“딱 1년 전만 해도 저 역시 심상정 체제의 도전자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심상정 이정미 노선을 하나로 묶어서 1기라고 얘기하는 건 올바른 해석이 아니라고 봅니다. 심상정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이정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김윤기 후보는 지난 10년의 정의당 전체 노선이 민주 대연합 노선이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규정한 것으로 저는 해석 되는데요. 정치 연합이라고 하는 건 국민들의 이익에 복무하고 당의 성장 전략에 요구될 때 검토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당의 대표였을 때 항상 강조를 드렸던 게 비판할 땐 비판하지만 협력할 때 협력하겠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왔었거든요. 예를 들어 지금 노란봉투법과 같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키는 입법 추진할 때 민주당과 더 강력하게 연대해서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연합 정치 자체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라는 걸 주장한다면 그건 한마디로 정치하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죠. 당이 더 강력하게 자신의 독자적 기반을 가져가야 된다는 점은 귀담아들을 수 있지만 연합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건 인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 지금 정의당 보면 무조건 민주당과 다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거든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정의당의 정치의 목표가 민주당과 다르게 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정의당이 대변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것이 정의당의 목표입니다. 그것에 필요할 때는 손잡을 수 있고 그것에 해악이 될 때는 강력한 비판자가 돼야 되죠.”

- 국민의힘 혹은 민주당의 이중대 아니냐는 소리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건 정치 양극화의 표본이죠. 대한민국은 두 당밖에 없다는 기득권자들의 논리입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입장밖에 없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갈등을 유발하고 결국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빨아들이는 거죠. 저는 이것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정치적인 착취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입법 과정에 두 당이 연대할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에게 몇 중대가 되는 겁니까. 정의당은 국민만 바라보고 직진할 수 있는 결속력과 배짱이 있냐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중대 프레임 일일이 흔들리지 않고 자기 힘으로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봅니다.”

“탈당자들, 더 넓은 진보의 지평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

- 최근 천호선 전 대표 등이 정의당을 탈당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천호선 전 대표는 정의당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죠. 그분이 없었다면 정의당의 기틀은 마련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많이 속상하고 안타깝고요. 정의당이 다시 더 우뚝 일어서서 더 넓은 진보의 지평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이번에 대표로 당선된다면 24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생각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정의당이 존재감을 가지려면 자기 뿌리가 튼튼히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의 전략과 근거지, 노선을 분명히 하려고 합니다. 적어도 몇 개 지역에는 확실하게 정의당이 승리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하는 것을 보여드려서 저 정당이 비례에만 기대 정당이 아니라 지역에도 자기 기반 갖는 정당이라는 모습 확고히 보여드리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준비할 것이고요.
그리고 아직도 거대 양당 바깥에서 제3의 정치 세력의 역할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 최대한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펼쳐나갈 것이고요. 그리고 총선 시기에는 진보 정당과 우리가 이 사회에서 해결해 나가야 될 불평등의 문제 등을 공동의 목표로 삼는 정치 세력들과 공동 후보 전술 같은 총선 무지개 연대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윤석열 정부 출범 5개월째죠. 대통령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또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통치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죠.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아직 대통령 모드로 전환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를 안 하신 분이라서 저런다고 해도 국민의힘 보면 정말 너무 놀랍습니다. 지난 5년간 국민의힘이 정권을 다시 탈환하기 위해서 상대 진영 공격에만 너무 골몰하면서 소위 보수 정치 세력 업그레이드하는 일을 너무 게을리하지 않았나 해요. 이럴 때일수록 정의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삶의 문제 해결하는 데 최선 다하는 모습으로 바로 세울 때 정의당에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회 제대로 잡을 수 있도록 당을 바로 세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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