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크름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주요 기반시설 등 광범위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당했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AP·CNN·CBS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키이우, 서부 르비우, 중부 드니프로, 동남부 자포리자, 북부 수미, 동북부 하르키우, 크렐리츠키, 비니츠시아, 프랑키비츠, 지토미르, 키로보흐라드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을 발사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교차로와 공원, 관광지 등이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1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구조 활동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상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사일 공급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등 주요 기반 시설도 파괴됐다. 주요 기반 시설에 타격이 발생하면서 곳곳에 정전이 잇따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국(SES)은 총 84발의 순항미사일이 다수의 공격용 무인기와 함께 발사됐다고 밝혔다. CBS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70개의 기반 시설 부지가 손상됐으며 그중 29개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미사일이 군사 및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람들이 직장과 학교로 향하는 출근시간 발생한 공습으로 민간인 지역의 피해가 컸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만 3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고, 삼성전자의 현지 사무실이 있는 고층건물도 일부 피해를 보았다.
이번 공격의 목표가 된 키이우 시내 중심가의 어린이 놀이터 근처에 미사일로 인한 큰 구멍이 생겼고 공원, 대학도 공격받았다. 대표적 관광지인 보행자용 유리 다리도 폭격을 맞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러시아워) 시간과 목표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격한 것은 70여일 만이다. 지난 8일 크름반도와 러시아 사이 케르치해협을 연결하는 크름대교 일부 구간에 폭발물이 터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보고 이틀여만에 보복을 위한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측은 이번 공격이 성공적이었다고 자축했다. 푸틴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 군대가 핵심 에너지 기반 시설과 군사 지휘 시설을 정밀 무기로 겨냥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공격이 지난주 초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비판 목소리는 커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불법적 전쟁의 잔혹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우리는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러시아의 침략에 대해 계속 비용을 부과하고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한학 행위와 전쟁 범죄에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확인했다.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은 CNN을 통해 “오늘 우리가 본 것은 러시아가 계속해서 (전쟁을) 확대할 것임을 보여준다”며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가 충분하지 않다. 모든 회원국이 모여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는 등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울리 니니스토 핀란드 대통령과 요나스 가르 스토레 노르웨이 총리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푸틴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할 능력이 없다고 본다”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으며 국제 인도법과 국제 규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국장은 러시아의 공급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에 대해 “극히 우려”를 표하며 ICC가 범죄 수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CNN을 통해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