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연속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취약차주의 금융부담 완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13일 11월 한은 금통위에서 추가적인 빅스텝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11월 한은이 빅스텝에 나서게 되면 6연속 금리인상이자 2연속 빅스텝이 된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 달러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의 변동성 등이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 시그널이 관찰되지 않아 연준의 최종금리가 5%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한은 역시 연준의 긴축 속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11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 연구원은 “한은 금통위는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1.75%p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물가의 하향 안정화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면서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의 반락에도 불구하고 근원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의 3.9%에서, 8월 4.0%, 9월 4.1%로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기 둔화에 따른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및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추가로 상향 조정될 여지를 남겨뒀으며, 이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의 명분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물가 및 환율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나, 최소 3.5%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 높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취약차주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오늘 밤 미국 9월 CPI 발표와 11월 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등 해외발 불확실성이 여전해 경계 태세를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차질없이 이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조치를 최대 3년, 상환유예조치는 최대 1년 연장했다. 또한 서민의 주택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는 40조원에서 45조원으로 확대했다. 주택금융공사의 저금리 전세대출 한도도 역시 2억원에서 4억원으로 늘렸다.
방 차관은 “유례없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주식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증권시장안정펀드의 매입약정 체결 등을 신속히 진행하면서 회사채·단기자금시장 등 기업 자금조달시장과 증권·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등 제2금융권의 자금시장 상황에 대한 주기적 점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강달러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상수지의 구조적 체질 개선을 위해 신규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유턴기업·외국인 투자(외투) 기업 유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 국내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금리인상을 견인하고 있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일 발표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원인이 있는 만큼 이번 CPI 발표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전망치는 8.1% 수준이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9월 CPI 전망치(전년동월비)는 8.1%로 전월(8.3%)보다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발표 시 문제 되었던 근원 CPI는 6.5%로 전월(6.3%)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돼 불안감이 지속되는 상황이다”라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