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최근 대규모 감산 방침을 정한 것과 사우디 내 인권 이슈가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이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18일(현지시간) 한국 특파원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현재 부산의 승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보다 앞서거나 비슷하다”고 전하면서 사우디 내 인권 이슈가 부산 엑스포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현재 사우디, 이탈리아와 엑스포 유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부산과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후보 도시들에 대한 현지 실사 등을 거쳐 내년 11월 BIE 회원국 170개 국가가 참여하는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최근 대규모 석유 감산 여파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관계 재설정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사우디 정부가 자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구금한 미국인에게 중형을 선고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3일 트윗을 통해 자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사우디계 미국 시민권자인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에게 징역 16년 형을 선고하고 이후 16년 동안에도 해외여행을 금지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현지시간 18일 보도했다.
알마디는 지난해 11월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사우디 리야드를 찾았다가 공항에서 바로 체포됐다.
체포된 이유는 지난 7년여간 미국에서 게시한 14개의 트윗으로, 2018년 사우디 정부에 의해 암살된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에 대한 내용과 사우디 정책과 부패를 비판한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 헤럴드경제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살만 국왕은 국정 자문회의 연설에서 “사우디는 글로벌 경제성 중요 요소인 국제원유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OPEC+ 합의를 수립하고 유지하는 핵심적 역할을 사우디가 수행하는 건 시장의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강력히 추진한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살만 국왕이 원유 감산에 대해 해명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미국 CNN 방송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사우디가 관계 재설정에 나서고 있다”며 “감산이 러시아의 실적을 늘려주고 제재 효과를 무력화하리라는 것을 알고도 사우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다음 달부터 OPEC+의 원유 감산이 본격화되면서 전문가는 타 국가들이 엑스포 유치 등 다양한 문제에서 사우디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석유 유가 문제, 다른 외교 문제들로 인해 (타 국가에서) 사우디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과 사우디가) 유치전을 벌인다고 했을 때 우리에게 더 호의를 가질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로서는 사우디를 미국과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유가를 자꾸 올리게 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사우디에 우호적인 생각을 과거만큼 갖긴 어려울 거다”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의 차기 권력자로 분류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역시 국제 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왕세자 직을 맡은 이후 반체제 인사 암살 배후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8년 터키에서 피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까슈끄지는 미국 워싱턴 포스터 등에서 사우디를 비판하는 칼럼을 작성한 유력 언론인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를 대표해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각에선 까슈끄지 암살사건 배후론 등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영국의 비영리기구 Campaign Against Arms Trade(CAAT)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사우디 대사관 앞에서 사우디의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 참석을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 CAAT는 이 자리에서 사우디가 국가 미화를 위해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은 엑스포 개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해 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한덕수 국무총리,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박형준 부산시장 등 주요 요직 인사들은 연일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직접 외교전에 나섰다. ‘엑스포 유치’가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국정과제로 채택했고, 해외 순방 또는 외교 사절 면담에서는 필시 엑스포 이야기를 꺼내 들면서 직접 홍보맨을 자처하고 있다.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역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장 기획관은 실제 아프리카 험지에서 탄탄한 논리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4일부터 23일까지 기니비사우, 세네갈, 감비아,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해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접촉하며 부산 엑스포 유치 교섭을 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