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형사처벌이 가능한 청소년의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형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촉법소년 연령 손질은 1953년 소년법 개정 이후 69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26일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 증가, 소년 범죄 흉포화, 촉법소년 제도의 범죄 악용으로 인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등 소년범죄 종합대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으로 형사 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 형사미성년자를 말한다. 가장 무거운 처분이 내려져도 범죄기록이 남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성인에 비해 경험과 판단력이 미숙한 만큼 처벌보단 교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촉법소년이지만 최근 소년범죄가 날로 늘고 있고 촉법소년을 악용하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법무부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TF’를 구성해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소년 인구가 감소추세에 있음에도 촉법소년 범죄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7897건이었던 촉법소년 범죄는 지난해 1만2502건로 1.5배 늘었다.
법안 개정이 완료되면 만 13세인 중학교 1~2학년생도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다만 취학·취업 등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13세 때 범한 범죄에 대해서는 전과를 조회할 때 회보 제한을 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인권위는 이날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과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방지를 위해서는 소년비행 원인의 복잡성·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아동의 발달 특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하향조정하는 것은 어린 소년범에 대한 부정적 낙인효과를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저해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성장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소년범죄”라며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적절히 대응하는 실효적 대안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법무부는 미성년자 전과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대부분의 소년범은 기존처럼 소년부에 송치되고 계획적 살인범이나 반복적인 흉악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또 전체 촉법소년 보호처분 중 만 13세의 비율이 약 70% 상당으로 14세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장·단기 소년원송치 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수용된 소년 중 12세 이하는 거의 없고 13세부터 확연하게 증가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국제인권기준 권고 위배 여부와 관련해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고 문화적 특성·사회적 환경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국가마다 다양하다”는 것이 법무부의 입장이다. 미국 뉴욕·프랑스(만 13세 미만) 캐나다(12세 미만) 잉글랜드·호주(10세 미만) 등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10~13세 미만이다. 앞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만 14세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조정 외에도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방지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고 밝혔다. 소년원 생활실 소규모화, 급식비 인상, 의료처우 등 소년원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도권에 학과교육 중심 소년전담 교정시설 운영, 구치소 내 성인범·소년범 분리 수용, 소년 보호관찰 전담인력 증원(228명→287명) 등의 방안을 내놨다. 아울러 소년원에서 만기 퇴원한 소년은 보호 관찰을 부과할 수 없어 관리 공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장·단기 소년원송치 처분인 9호·10호에 장기 보호관찰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피해자 권리 강화에도 나선다. 현재 소년법에 피해자 진술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심리기일·장소 등 통지제도 등이 없어 피해자 진술권이 사실상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심리기일·장소 등 통지 제도 신설 △피해자 법정 진술권 안내 △피해자 참석권 보장 규정 신설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인천지검과 수원지검에는 전담부서인 소년부(가칭)를 신설해 소년 전담검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교정·교화 효과가 크지 않은 벌금형 선고를 낮추기 위해 약식기소는 가급적 자제하기로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