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따라 금고 예치에 힘을 쏟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저원가성 예금이 빠져나가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규모로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금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금고 선정 및 은행들의 금고 운영 투명성을 두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마무리된 서울시 25개 자치구 금고 선정에서 우리은행이 14곳, 신한은행이 6곳, KB국민은행이 5곳의 1금고 운영을 맡게됐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개구는 1금고만 두고 있으며, 나머지 6개 자치구는 1‧2금고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1금고는 일반 회계를, 2금고는 특별회계와 기금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당초 25개 자치구 금고는 우리은행이 우리은행 18곳, 신한은행 5곳, 국민은행 2곳을 맡고 있었다. 이번 쟁탈전에서 국민은행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맞춤 전략을 통해 다른 은행에서 3곳의 금고를 뺏어왔다. 신한은행도 1곳의 금고를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여타 은행보다 다소 높은 출연금을 제시했다는 후문까지 돌아 치열한 경쟁 열기를 방증했다.
은행들이 이같이 금고 쟁탈에 나서는 것은 금고가 저원가성예금의 확보처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3분기말 저원가성 핵심예금은 약 530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47조4000억원 감소했다.
저원가성 핵심예금은 수시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보면 된다. 이들 상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없이 돈을 지급하는 대신 금리가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저원가성 핵심예금인 요구불예금의 경우 금리가 0.1%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자역할을 한다.
하지만 금고가 은행들의 수익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면서 선정과 운영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새로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상황까지 불러온다.
일례로 이달 초 농협은행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이유도 금고 선정과 관련이 있다. 검찰은 농협은행이 성남FC에 후원한 배경에 2조3000억원대 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시장의 지지를 받기 위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농협은행의 성남FC 후원으로 시금고 선정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면 후원금이 일종의 뇌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이나 공탁금 등 공공성격의 자금에서 발생한 수익이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 166개 법원의 2017년부터 2022년 8월말까지 공탁금은 52조원을 넘어간다. 은행들은 이 막대한 자금을 대출 재원으로 활용해 수익을 얻고 수탁자에게는 연 0.35%의 이자만 지급했다.
국회에서 공탁금 보관은행의 수익 공개를 요구했지만 은행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조차 거부했다. 전국 166개 법원의 공탁금 보관은행은 신한은행(44곳)과 농협은행(87곳)이 양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금고 선정시 은행의 사회적 책임 수행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성격의 자금을 관리하는 은행인 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지자체가 금고 선정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도록 하는 개정안 시도가 있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 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