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예금 안전판 '예보', 낙하산 논란에 흔들

저축은행 예금 안전판 '예보', 낙하산 논란에 흔들

저축은행 부실 우려에 예보 역할 부각
사장 두 달쨰 공석에 소송전까지 발생
사장 임명 문제로 정치권·직원들 반발

기사승인 2022-11-03 06:00:30
서울시내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김동운 기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로 저축은행 위기설이 나오는 가운데 예금자보호의 핵심 기관인 예금보험공사(예보)가 흔들리고 있다. 신임 사장 후보의 자질 문제가 커져 두 달째 사장이 공석이고 직원들은 법적 투쟁까지 나섰다.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예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전체 PF 대출 규모는 10조 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위 17개 저축은행 브릿지론 규모는 6조9000억원에 달한다. 브릿지론은 PF 초기 돈을 빌려주고 시중은행의 본 PF가 이뤄지면 이익을 받는 대출 상품이다. 

브릿지론은 최근 금리상승과 함께 레고랜드 사태로 시중은행들이 본 PF를 까다롭게 취급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저축은행의 PF 사업을 담당하는 건설사 10곳 중 8곳 이상은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이거나 아예 등급 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나 부실 위험이 상당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저축은행의 PF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현재 저축은행은 신용공여 총액 대비 부동산 관련 업종 신용공여 비율이 50%를 넘을 수 없다. 특히 PF 관련 신용공여는 2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특수목적법인(SPC)을 내세워 부동산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경우가 많아 명목상 차주가 아닌 실제 원리금 상환의무가 있는 실차주 기준으로 업종을 구분하도록 한 것.

박용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0일 국감에서 “부동산 PF대출로 인한 연쇄 부실 우려가 심각하다”며, “PF 대출 전반에 경고등이 들어왔고, 저축은행 브릿지론 등에 대한 예금보험공사의 부실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의 부실 위험과는 반대로 예금상품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6%대 예금금리를 선보인 결과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사흘동안 6.5% 금리의 정기예금 특판에 나서 첫날 판매를 종료했다. 첫날 특판 만으로 7000억원이 넘는 예금이 몰렸다.

저축은행의 위기에도 돈이 몰린 배경에는 고금리와 함께 예금자보호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은행이 파산해도 예보가 5000만원까지 예금자의 돈을 보호해 주는 제도다. 소비자들은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무관하게 5000만원까지 보호되는 예보 제도를 믿고 돈을 예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피아?, 코드인사?, 결과는 조직 혼란

예보 사장 임명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예보 노조원들. 예보 노조 제공

예보 제도 운영과 이를 위해 제도 가입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책임이 있는 예보는 정작 신임 사장 임명 문제를 두고 조직이 내부 혼란에 빠져있다. 현재 예보는 김태현 전 사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지난 8월부터 사장이 공석이다. 차기 사장 선임 절차는 예보의 후보자 4인 추천 이후 나아가지 못 하고 있다

예보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들을 금융위원회에 추천하면, 금융위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최종적으로 임명된다. 금융권에는 대통령실이 정치권과 예보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당황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예보 임추위가 추천한 4인 가운데 한명인 유재훈 전 예탁결제원 사장을 두고 발생했다. 유 전 사장이 차기 예보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정치권과 예보 직원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 전 사장에 대한 반발은 그의 예탁결제원 사장 시절 인사전횡 논란이 발단이 됐다. 앞서 그는 예탁결제원 사장이던 2013년 11월 이후 총 4회에 걸쳐 본부장, 부장, 팀장급 37명을 부당하게 강등했다. 부장을 팀장으로 다시 팀원으로 강등시키거나 서울 근무 직원을 부산으로, 6개월 후 다시 서울로 발령내는 등 인사전횡 논란이 제기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유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예결원 사장 재직 당시 37명의 직원을 이유 없이 강등 조치했고, 이에 예결원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받았다”며 “이로 인해 예탁원에서 5억원을 직원들에게 배상했지만, 예탁원은 당시 유재훈 사장에게 구상권도 청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유 전 사장이 후보로 추천된 과정도 논란이다. 예보 임추위 운영규정에 따르면 이사회는 임기만료 외의 사유로 임원을 새로 선임해야 할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예보는 김태현 전 사장이 그만둔 이후 새 임추위를 꾸리지 않고, 앞서 비상임이사 선출을 위해 꾸린 임추위를 통해 추천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예보 사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법적 투쟁까지 벌이고 있다. 김영헌 예보 노조 위원장은 “무리한 사장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사장 후보추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결정 무효확인 신청’과 ‘사장후보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신청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법원의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의 배경에 ‘모피아’와 ‘코드 인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로 예보 사장은 금융위 출신과 기재부 출신이 주로 맡아 왔다. 여기에 유 전 사장은 2021년 윤석열캠프 미래비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현 정부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 직원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유 전 사장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데 대통령실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며 “예보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 사장 임명 문제로 내부가 혼란스러워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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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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