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이 불러올 충격을 두고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FTX사태로 코인시장이 폭락한 가운데 코인 시장의 충격이 증권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15일 빗썸 등 국내 코인거래소에 따르면 FTX 파산 신청 후 국내 코인시장은 폭락을 맞이했다. 지난 7일까지만 해도 2900만원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FTX 뱅크런과 파산신청에 충격을 받아 2100만원선까지 추락했다. 이후 시장 정상화 노력 등이 추진되면서 2300만원선 회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FTX는 세계 순위권의 가상자산거래소였지만 자체발행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이를 다시 자체발행 코인을 사들이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보인 결과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 때 기업가치가 320억 달러(약 42조 4320억 원)로 평가받던 FTX의 부채 규모는 500억 달러(약 6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인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2014년 대형 해킹 사건으로 파산한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 사태와 올해 초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가상자산 업계 최대 사건으로 꼽는다.
금리인상으로 코인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FTX 사태에 당분간 코인시장은 상승 동력을 찾아 헤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가상자산시장 시가총액은 약10.5조달러 수준이었지만 FTX사태로 약8500억달러로 급감했다. FTX사태로 가상자산시장의 규모가 20% 가량 줄었다.
국내 코인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거래소에 대한 신뢰 하락을 우려하면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자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빗썸과 코인원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5대 가상통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루나사태 이후 협의체를 구성하고 소비자보호를 위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내 거래소는 거래소 코인 발행이나 고객 예치금 관리 등에서 해외 거래소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 등 금융시장 FTX 충격 올까
관건은 코인시장의 폭락을 불러온 FTX사태가 전통적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FTX사태가 유동성 위기를 불러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캐나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미국 헤지펀드 등 글로벌 대형 연기금과 헤지 펀드들이 FTX 기관 투자에 나섰던 만큼 이들 펀드를 매개체로 금융시장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FTX에 투자한 자금은 1억달러(약 1300억원)에 달한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FTX는 지난 5월 미국의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 지분 7.6%를 취득했고 7월 인터뷰에서는 가장 큰 거래소가 된다면 골드만삭스와 CME를 사는 것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전통 금융시장과 연결 고리가 적지 않았다”며 “FTX발 연쇄 유동성 위기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동성 위기가 번져 스테이블 코인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에 대한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기존 금융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FTX사태의 파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태풍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가상자산시장의 규모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기에는 너무 적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은 8500억달러 규모로 미국의 주식시장(43조달러)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FTX 사태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비교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자산 규모는 약 6500억 달러 수준으로 FTX의 500억달러 대비 10배가 넘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경우 주택시장 혹은 모기지대출을 기반으로한 파생상품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구조였지만 상대적으로 가상화폐 시장과 금융시스테뫄의 연결고리는 매우 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FTX사태로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 대형 펀드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비전펀드는 올해 3분기에 약 72억달러(약 9조5200억원)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지분을 매각해 3조300억엔(약 28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이 타격은 되지만 펀드 운영을 흔들만한 규모는 아니라는 말이다.
FTX를 두고 금융시장의 전망이 엇갈리지만 금융당국은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전통 금융시장에 미칠 리스크를 차단하는 게 1차적 목표다. 현재는 시장 여파를 분석하는 동시에 대응 방안에 대해 유관기관과의 협의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