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와 관련해 "전통 금융시장에 미칠 리스크를 차단하는 게 1차적 목표"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금융정보보호 콘퍼런스' 참석 후 기자들을 만나 “현재는 시장 여파를 분석하는 동시에 대응 방안에 대해 유관기관과의 협의에 나선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TX는 세계 순위권의 가상자산거래소였지만 자체발행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이를 다시 자체발행 코인을 사들이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보인 결과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 때 기업가치가 320억 달러(약 42조 4320억 원)로 평가받던 FTX의 부채 규모는 500억 달러(약 6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인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2014년 대형 해킹 사건으로 파산한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 사태와 올해 초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가상자산 업계 최대 사건으로 꼽는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전통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FTX는 지난 5월 미국의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 지분 7.6%를 취득했고 7월 인터뷰에서는 가장 큰 거래소가 된다면 골드만삭스와 CME를 사는 것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전통 금융시장과 연결 고리가 적지 않았다”며 “FTX발 연쇄 유동성 위기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동성 위기가 번져 스테이블 코인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에 대한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기존 금융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 원장은 FTX사태에 따른 국내 피해도 살펴보고 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 자체 피해와 관련해서는 (전통 금융과의) 다른 측면이 있기에 단계별로 살펴볼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피해 등 레벨별 대응 필요성에 대해서 점검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원장은 최근 제기되는 관치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그는 금융사 CEO가 올해 연말 또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지난 14일 은행계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CEO 선임에 책임 경영을 주문했다.
또한 라임사태 관련 중징계로 연임에 제동이 걸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두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사실상 자진사퇴할 것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원칙을 가지고 해야 할 말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날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는 두 달전에 계획된 것인 데다 금융위 전제회의 의결은 언제 결정될 지 제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우연의 일치로 봐달라”고 해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