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에도 연이은 은행의 전산장애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전산장애로 발생한 피해 입증이 소비자들의 몫으로 남겨져 보상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의 시간적 손실 및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고려조차 되지 않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기업은행, 케이뱅크, 우체국에서 발생한 연이은 전산장애로 소비자들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해당 금융사들은 현재 정확한 사고 발생원인을 파악하는 중이다.
먼저 기업은행은 19일 오전 8시 10분부터 9시 15분까지 전산망 장애로 인해 인터넷 뱅킹 사이트, 모바일뱅킹 앱, ATM(현금자동출납기)에서 접속 장애 현상이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일단 파악하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전산장애 등을 대비해 마련해둔 이중화 장치간 교체를 도와주는 네트워크 스위치 장비에서 하드웨어적 문제가 발생해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해당 스위치 장비 교체로 서비스가 정상화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 분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모바일 앱은 지난 17일 무려 7시간 넘게 정상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케이뱅크의 모바일 앱이 장시간 먹통이 되면서 케이뱅크를 통해야 코인을 살 수 있는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케이뱅크의 전산장애는 스토리지 디스크의 문제로 파악되고 있다. 정확한 원인 파악에는 1~2주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복구에 7시간이나 소요된 점은 스토리지 디스크 교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으로 파악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에 다양한 분야가 있다. 즉시 복구가 가능한 오류가 있는 반면 이번 오류는 평소와 결이 달라 시간이 더 걸렸다”며 “스토리지 디스크 교체에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면밀한 사고 분석을 통해 향후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 스마트뱅킹에서는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쯤 우체국 모바일 스마트뱅킹과 포스트페이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장애 발생 한 시간 이후 정상화되는 듯 했지만 모바일 스마트뱅킹은 19일 0시 1분경 정상화 됐다. 우체국의 경우 스마트뱅킹 DB시스템의 제어 정보가 일부 손상되면서 접속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금융사의 전산장애 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약 3년간 금융권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는 781건으로, 확인 가능한 피해추정액만 346억원에 달한다.
전산장애로 발생한 피해는 구제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6년 산장애로 전 영업점의 창구업무가 5시간동안 전면중단된 것과 관련해 피해신고를 접수받은 150건에 대해 배상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펀드 환매에 나서지 못 한 일부 고객들은 실제 환매일과의 차익에 대한 보상도 받았다. 기업은행이나 케이뱅크‧우체국도 보상을 위한 피해 사실을 접수받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피해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사 전산장애로 투자 손실을 봤다는 민원이 늘자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전상장애 당시의 매매 등을 증명할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해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빙되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산장애로 발생한 불편함이나 시간적 손실, 정신적인 고통 등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관련 피해로 보상을 받은 전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의 시간이나 정신적 고통 등은 피해산출이 어려워 보상이 어렵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증빙할 자료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보상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융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는 피해규모 산출이 어렵고 보상을 받는 데 한계가 있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금융회사 IT인프라 운영 상의 주요 리스크를 평가해 사고개연성이 높은 금융회사 등에 대해서는 직접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금융회사 'IT 실태 평가'에 전산장애에 대한 평가 항목을 반영해 사고예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