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규모 커지는 서울대병원…“공공의료 죽이는 尹 혁신안 부숴야”

파업 규모 커지는 서울대병원…“공공의료 죽이는 尹 혁신안 부숴야”

23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 1100명 집결…공공의료 촉구 2차 파업 진행
병원측, “윤 정부 공공 혁신안 때문에 인력 충원 어려워”

기사승인 2022-11-23 16:53:43
23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 1100여명의 서울대병원 노조 조합원이 집결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은 공공의료 정보를 민간에게 넘기고, 정작 필요한 인력은 감축시켜 환자와 병원 인력의 안전을 위험에 빠트렸다. 누굴 위한 정책인가.”

23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는 1100여명의 서울대병원 노조 조합원이 집결했다. 이들은 ‘가짜혁신안 폐기’, ‘의료민영화 저지하자’, ‘인력감축 저지, 병원인력 충원’을 외치며 2차 총파업에 나섰다. 이번 파업은 지난 10일 조합원 900여명이 모였던 1차 파업 때보다 더 많은 조합원이 참여했다. 노조는 병원 측과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3일간 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경득 파업대책본부장은 “매일매일 환자를 지키지 못했다. 병동에서 환자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병원 시설을 안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현실은 인력이 없어 환자는커녕 직원 제 몸 하나 지키기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는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공공기관 인력을 줄이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기에, 환자 곁에 있다고 환자를 지키는 게 아닌 것을 알기에 이 자리에 모였다"며 "교육부와 서울대병원이 최소한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번 파업을 계기로 더 큰 파업을 준비하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투쟁으로 자신과 환자를 지키겠다”고 피력했다.

이번 파업의 쟁점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폐기’다. 지난 8월 발표된 해당 혁신안은 공공기관의 인력과 조직을 효율화하고 낭비제거를 통해 예산을 절감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시기부터 인력 충원을 외쳐왔던 만큼 이번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없는 인력을 쥐어짜며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최전선에 섰지만, 돌아온 것은 인력 및 복지 감소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노조를 지지하기 위해 자리한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코로나19 시기 가장 소중한 인력은 의료인력이었다. 의료인력 확충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부와 국민 모두가 절감했다”며 “하지만 의료 인력 충원은 여전히 되지 않고 있다. 3년이 되도록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정부는 노동착취 가해자나 다름없다. 정부가 이번 파업까지 무시하고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의료인력 대량 사직 사태로 의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책임은 윤 정부와 오세훈 시장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는 혁신 가이드라인이라 하면서 공공사업을 민간에게 넘겨주고, 정원을 감축해 예산 절감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인력의 생명과 안전을 민간 돈벌이로 던지는 것은 혁신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폐기돼야 한다”며 “공공 역습 준비해야 한다. 이번 파업을 통해 공공기관 가짜 혁신 깨부수고 복지 국가, 국가 돌봄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업 관련 병원측에서 게재한 안내글. 이용객이 내용을 훑어보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국립대병원장, 충원 요구에 ‘묵묵부답’…“나라가 줄이자는데 어쩌나”

이번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육부는 공공의료기관인 10개 국립대병원과 4개 국립대치과병원 정원 중 총 419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이를 집행하는 기획재정부는 감축 인원 중 412명은 한시 증원된 인원으로 코로나19 안정화에 따라 원상 복귀하는 것이므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국립대병원 노조 공동투쟁연대체는 지난 21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감축 계획안을 종용한 기재부의 유체 이탈식 해명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각 국립대병원 노사가 합의한 인력증원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인력을 통제하고 있다. 의료인력 부족으로 업무부담이 증가하고 퇴사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 최우선 혁신과제는 인력감축이 아니라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해 최상의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보라매병원의 보호자 없는 병동(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간호 인력은 단 1명도 증원되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때는 간호조무사 한명이 42명의 환자를 보거나 올해 8월까지 한 병동의 간호사 11명이 사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승용 보라매병원장은 상황이 어려워 인력 충원이 힘들다는 이야기만 번복했다. 

서울대병원도 노조 요구 상 300명이 충원돼야 하지만, 병원측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재부가 인력을 승인해주지 않을 거라며 합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나마 타 국립대병원은 노사가 함께 기재부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윤태석 서울대병원지부 지부장(파업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전날 교섭을 진행했지만 병원장은 우리의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정부가 내년에 공공기관 정원을 축소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인력 증원 합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지침이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필수·안전 인력 확충 약속과 기재부의 근거 없는 인력 통제 중단뿐이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반대와 관련 22일부터 대규모 투쟁의 닻을 올렸다. 23일 서울대병원 파업, 24일 화물연대 파업, 24일 공공기관 비정규직 파업, 그리고 다음 주는 서울지하철과 철도 노동자가 연달아 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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