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본사 이전을 준비 중인 KDB산업은행의 조직개편을 두고 직원들의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은 이번 조직개편을 본점 이전을 위한 ‘꼼수’로 보고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28일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점 이전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과 타당성에 대한 검증 없이 졸속으로 마련된 조직개편 이사회 안건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노조의 반발은 동남권 영업조직을 확대하는 조직개편 방안을 두고 나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이사회는 영업점을 총괄하는 ‘지역성장지원실’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동남권투자금융센터’ ‘해양산업금융2실’을 부산에 신설하는 방안의 조직개편안을 29일 이사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산은은 이날 이사회에서 조직개편안이 확정되면 연말까지 정원과 예산을 조속히 확정해 부산 이전 인원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근무에 나설 수 있도록 나설 계획이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동남권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54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 측은 이러한 조직개편안을 본사의 부산 이전을 위한 밑그림으로 보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에 막혀있다. 산은법 제4조 제1항은 산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한다.
조윤승 산은 노조위원장은 이날 “강 회장은 ‘국회 설득부터 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도 무시한 채 동남권 개발을 핑계로 꼼수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산은의 경영효율성을 저해하는 배임 행위이자 ‘장거리 전직발령 시 노조 합의’라는 단체협약 요구안을 묵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산은 이사진을 향한 압박 메시지도 내놓았다. 그는 “내일 이사회 결의에 대하여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사 개개인에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강 회장이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려 한다면 노조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사회를 저지함은 물론, 사내·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배임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을 하고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