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및 전셋갓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하거나 전세계약 중인 주택이 경매 등에 넘어가는 전세사고가 증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전세제도 개편을 통해 세입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도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내며 전세사고 예방에 적극적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11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 금액은 1862억원으로, 10월(1526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고 건수는 704건에서 852건으로 늘었고, 사고율도 4.9%에서 5.2%로 상승했다. 임대차 보증사고는 최근 4개월 연속 증가세다. 8월 511건(사고금액 1089억원), 9월 523건(1098억원), 10월 704건(1526억원)을 거쳐 11월 852건(1862억원)으로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월 1000건, 사고금액 2000억원도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자에게 대신 지급한 전세보증금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HUG의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은 11월 1309억원(606가구)으로 전달(1087억원)보다 222억원(20.4%) 늘어났다. 올해 1∼9월 누적 대위변제액은 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1년 치 변제액을 이미 넘어섰다.
전세사고 증가는 전세가가 과거보다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서울 주택 종합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34%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2월(-1.39%)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지난달 주택 종합 전셋값도 서울이 1.84% 떨어져 하락폭이 10월(-0.96%)의 2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가가 과거보다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하락하면서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늘어나는 전세사고에 대응해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1일 전세 사기 방지대책을 마련한데 이어 지난달 21일 ‘전세사기 및 소위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21일 발표된 방안은 앞으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선순위 보증금, 체납 등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최우선변제 소액임차인의 범위를 1500만원 올리고, 최우선변제금액도 500만원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세입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임대인의 세금 체납정보를 등기부등본에 기재하는 내용의 ‘전세피해방지 3법’을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전세사고를 줄이기 위해 임대차 3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거권네트워크와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등은 지난달 5일 “부동산 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깡통주택’ 문제가 심각한데, 정부는 일부 악덕 임대인의 전세 사기로만 문제를 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 40% 정도가 전세가율이 80%가 넘는 상황인데 주택가격 하락국면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깡통전세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임대차 3법 강화”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세사고가 최근 증가하자 이례적으로 금융감독당국이 소비자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전세 계약을 할 때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거나, 등기부등본상 선순위인 근저당 금액 등이 과다한 주택은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좋다”며 “계약 종료 시점에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보증회사가 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돌려준다”고 조언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