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피해 잇따라…사실상 빌라왕 키운 정부

빌라왕 피해 잇따라…사실상 빌라왕 키운 정부

기사승인 2022-12-29 06:01:01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쿠키뉴스DB. 

주택 1139채를 매입해 전세 사기를 벌이다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과 유사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빌라왕 김모씨 사건은 빙산의 일각으로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데 사실상 피해를 막을 법적 제도는 없었다. 특히 전세 사기 피해를 막을 법안이 1년 넘게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되는 등 정부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상위 30명의 전세사고 건수는 3459건, 사고 금액은 7250억원에 달했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사례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일종의 악성 임대인을 뜻한다.

빌라왕 김씨와 관련한 사고는 지난 11월 기준 총 171건이다. 김씨 명의 주택과 그가 세운 법인 보유 주택에서 각 80건, 91건의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액수는 334억으로 악성임대인 순위 18위(개인)와 15위(법인)를 기록했다.

김씨보다 보증사고 액수가 큰 임대인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세입자에게 가장 많은 돈을 돌려주지 않은 사람은 박모씨로 사고규모는 293건에 사고금액은 646억원이다. 이 가운데 HUG가 253건 561억원에 대해 변제에 나섰지만 미회수 건수는 253건, 561억원이다. 이외에도 상위 5인은 사고건수 200건을 초과하는 등 각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빌라왕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막을 방법이 따로 없고 더욱이 사후 대책마저 미온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9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준 전세금 변제를 장기간 방기한 악성 임대인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인자산 및 신용정보보호법으로 인해 현재 이런 악덕 임대인의 명단을 임의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입자가 전세계약 시 상습적인 전세 사기 임대인 여부와 보증금 변제 여력을 인식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개정안에는 보증금 미반환으로 HUG가 공사 기금으로 보증채무를 이행했거나 임대인이 과거 3년간 보증금 미반환으로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보전조치 등을 2회 이상 받은 경우 해당 임대인 명단을 공개해 임차인이 인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은 국회에서 1년3개월이 지나도록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빌라왕 사건 발생 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피해자들 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들은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빌라왕 김모씨 임차인모임 대표 배소현 씨는 지난 27일 세종시 어진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주일 간담회에서 피해 임차인과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며 “어떤 방법으로 피해 임차인들과 소통을 진행할지 의심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빌라왕 피해자 절반은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경매로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며 “이마저도 경매 일정이 지연되고 선순위로 잡힌 임대인 김 씨의 미납세금 때문에 보증금 절반 이상을 보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의 경우 사후 대책보다 사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사후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같이 고금리로 인해 갭 투자자들이 이자에 허덕일 때는 이자 후불제, 이자 유예제도를 통해 지금 내야 할 이자를 3~4년 뒤에 원금과 포함해서 내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전세제도다”며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 있는 한 한정된 대안과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세자금 대출이 서민 대출임을 강조하다 보니 시장에 너무 많은 자본이 풀려져 있다. 상환 능력을 고려와 전세금 관련 비율을 축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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