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괴’ 전세사기 피해자, 잠 못드는 밤 [가봤더니]

‘일상 파괴’ 전세사기 피해자, 잠 못드는 밤 [가봤더니]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 현장취재

기사승인 2023-01-06 06:01:02

5일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시민들 모습. 

“전세사기 당했단 사실을 알게 된 뒤 잠도 못 잡니다. 가족들에게 말도 못 해요.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역 인근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에서 만난 30대 박모씨(33세)의 말이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거주하는 오피스텔이 가압류에 걸렸고 10월 집주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구제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이야기는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는 “부동산 어플을 통해 오피스텔을 보게 됐다”며 “신축 오피스텔이자 이사비를 지원해준다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에 대출을 받아 입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서울 소재의 1.5룸에 보증금 2억3000만원에 계약했다. 이 가운데 박씨의 돈은 5000만원. 나머지는 전액 대출이다.

그는 전세사기를 당한 뒤에야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는 “당시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비슷했기에 깡통전세일 줄 생각도 못했다”며 “집주인이 임대사업자 보증보험에 가입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설마 이것마저 가입 안 했을 줄은 몰랐다”고 탄식했다.

박씨는 초조한 듯 손을 떨며 “지난해 12월에 피해 사실을 인지했는데 아직 가족들에게는 말도 못했다”며 “오는 5월 계약 만료를 앞둬 하루빨리 말을 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전세피해지원센터 입구에 있는 로고.

센터예약률 87% 하루 평균 30명 방문…누적 1746명 방문

이날 전세피해보증센터에는 박씨와 같은 피해자들의 방문이 잇따랐다. 5일 기준 센터 예약률은 78%다.

지난해 9월 말 개소한 센터는 전세 피해자에 대한 법률상담·긴급주거 및 금융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간 총 1746명이 전화와 방문 상담을 진행했다. 관련 상담 프로그램 이용자까지 합하면 총 3503명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30명이 방문 중이다. 지난 연말에는 50명이 찾기도 했다. 가장 많이 찾는 세대는 2030세대로 상담자 가운데 70%를 차지했다. 전세피해지원센터는 법률 상담 외에도 법무사풀, 주거지원 상담, 전세사기 피해접수까지 지원 중이다.

전세피해센터 관계자는 “최근 빌라왕 사건 이후 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임대인 사망 관련 질의가 늘었다”며 “보증보험을 가입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절차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찾는 전세사기 유형은 ‘무자본 갭투기’와 ‘깡통전세’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서구가 가장 많았으며 인천 미추홀구, 금천, 관악구 거주자들이 많았다. 피해규모는 2억~3억원이 다수다. 또 변호사 상담 요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기준 변호사 상담예약은 100%로 법무사 86%, 중개사 42%가 뒤를 이었다. 이는 전세피해에 대한 법적 절차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강현정 전세피해지원센터 센터장은 “최근 빌라왕 전세사기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아지면서 상담도 늘고있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센터를 찾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초조하고 힘들어한다”며 “법적인 절차도 어렵고 시간이 걸리기에 답답해하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같은 시기에는 전세계약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한다”며 “전세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중개인, 보조인은 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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