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 연임제 도입 논란…“농민 이익과 상충 우려”

농협회장 연임제 도입 논란…“농민 이익과 상충 우려”

"민주적 통제 없는 연임제, 농민 이익과 상충"
"현직 회장부터 연임 적용, 특혜성 입법 우려"

기사승인 2023-01-11 14:10:13
경실련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관련 토론회.   조계원 기자

자산규모로 현대차와 SK를 뛰어넘는 농협의 회장 연임제 도입 논란을 두고 조합원을 중심으로 한 민주적 통제가 먼저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 체제에서 회장의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농협이 조합원이 아닌 농협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아울러 보수만 35억원이 넘어가는 현직 회장에게 연임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 개선은 특혜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필요한가?, 적기인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서 “농협중앙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임직원에 대한 농민 조합원의 민주적 통제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임제 도입은 그간의 농협 개혁성과를 수포로 돌리고, 농협 전체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지배력만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농협중앙회장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단임제를 적용받고 있다. 일각에서 농협의 경영 연속성을 위해 연임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연임제 도입을 위한 개정안은 지난 12월 8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이 사무국장은 농협회장의 연임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로 네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먼저 그는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중앙회와 조합원의 이익 괴리 현상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협중앙회의 내부 민주주의 문제로 연임제 도입은 전체 농협 발전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독자적 이익 증대를 초래할 것이다. 중앙회가 경제와 금융지주를 지배하면서 조합원의 회비가 아닌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은행․보험․증권 사업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어 조합원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임직원의 고연봉이 충당되고 있는 만큼 지주는 회원 조합과의 마찰에도 이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농협은행이 지점을 확대해 회원 조합의 상호금융 점포를 밀어내는 경우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중앙회가 조합에 이익을 분배하는 무이자 자금을 통제하고 감사권한까지 가지고 있어 민주적으로 통제되기 어려운 구조다”

그는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중앙회장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본래 농협중앙회장은 농민 조합원의 대표로서 농협중앙회가 회원 조합과 농민 조합원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농협중앙회의 구조 아래서는 농협중앙회장이 임직원을 중심으로 하는 기득권 구조에 포획되기 쉽다. 그렇게 되면 농협중앙회장이 기존 구조를 확장함으로써 자신의 연봉과 권한, 출세 등을 위한 기회주의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농협중앙회장이 한번 연임하면 판공비까지 받는 보수가 40억원에 달한다. 연임을 위해 인사권과 경영권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영 행태를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이 사무국장은 현직 회장부터 적용되는 연임제는 특혜라고 꼬집었다.

“단임제에서 선출된 이성희 현 회장이 자신에게 적용되는 연임제를 도입해 달라는 요구는 어떠한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연임은 앞으로 권력의 오남용을 부추길 것이다. 농협중앙회장은 현직 프리미엄이 아주 분명하다. 내부정보를 독점할 수 있고 인사를 장악할 수 있고, 무이자 자금을 통해 유권자인 조합장을 포섭할 수 있다. 연임이 허용됐던 과거 사례를 보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현직 회장에게 적용되는 연임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은 국회의 입법권 남용이다”

아울러 이 사무국장은 연임제 도입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역설했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에 대해 조합장 설문조사와 농식품부에서 전문가 토론회 및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정성과 대표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사업구조가 중앙집권적인 상황에서 조합장이 조합원의 의사를 대변하기 어렵고, 조합장 설문조사는 시군 지구장 입회하에 협의회를 열어서 답변하거나, 시군 지부장이 직접 조합장실에 찾아가서 설문조사를 했다. 이는 형식상 익명 조사이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한 권역별 설명회는 농협중앙회를 통해 홍보되고 조직되었다. 반대로 전농과 노동조합에서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90% 넘는 다수의 구성원이 연임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웅 사무국장은 마지막으로 “연임제 도입은 지금이 아니라 향후 신중하게 내부 구성원 전체의 참여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농민을 위한 긴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고, 현직 회장부터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임제 도입은 단순히 회장의 임기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농협 개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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