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을 불러 모은 날 은행들이 연달아 대출금리 인하 발표에 나섰다. 은행의 이자 장사에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일 이 원장은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근 국민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주요 은행의 은행장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간담회는 그동안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이 원장이 주재한다는 점에서 개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 10일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추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 점검·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언급했다.
지난 13일에는 “은행이 작년 순이자이익으로 어느 정도 자본에 대한 여력이 생겼다”며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기업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뒤이어 16에는 “은행의 공적 기능이 중요하다는 게 저뿐만 아니라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가진 생각”이라고 발언했다.
감독당국의 압박을 받아온 은행들은 이날 대출금리 인하 발표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금융소비자의 금리·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2조6000억원의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최대 0.8%p 낮추고, 모바일뱅킹 이체수수료는 면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에 700억원을 출연해 1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같은날 대출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1.30%p 인하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12월말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50%p, 0.75%p를 인하한 바 있는 국민은행의 추가 인하 결정이다.
은행들의 공식 입장은 금융소비자를 위해 대출금리를 내린 것으로 설명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인하를 두고 “금리상승기 금융소비자의 이자비용 경감 및 서민 경제 안정화 기여 등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금리 인하를 추가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의 압박이 주요 원인이라는 의견이 업계의 중론이다. 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서 해오면서 은행도 요구에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모두발언을 통해 “주요국 통화긴축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우리 경제 또한 고물가·고금리 지속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취약부문에 대한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은행권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