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호황 어디로…소멸위기 낙원동 떡집 골목

과거 호황 어디로…소멸위기 낙원동 떡집 골목

수십여개 넘던 낙원동 떡집, 이제는 단 두 곳만 남아
전국 떡집 감소세 이어져…매년 200~300개씩 줄어드는 추세
입맛 바뀌고 떡돌리는 문화 사라져…고물가까지 ‘삼중고’

기사승인 2023-01-21 07:00:25
종로 낙원떡집의 떡들.  사진=임형택 기자

낙원동에는 1960년대까지 낙원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낙원 악기상가가 들어서고 지하에 남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전통시장이지만, 당시에는 꽤나 규모가 컸다고 한다. 그럴만도 한 것이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이 모여서 살던 북촌 인근에 위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

그렇다면 ‘낙원 떡집골목’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서울시에 따르면 조선왕조가 망한 경술국치부터 그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창경궁을 나오게 된 상궁과 나인들이 호구지책으로 터를 잡고 궁중 떡을 빚어 팔기 시작하면서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졌고, 그 중 낙원떡집의 창업자인 김사순 여사가 나인들에게 비법을 배우며 1919년 창업한 떡집이 ‘낙원떡집’의 시초가 됐다.

현재 낙원떡집은 3대인 이광순 사장이 물려받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현재 낙원떡집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 ‘백년가게’가 된 셈이다.

떡집 골목이 전성기인 80년대에는 수십여개의 떡집들이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떡내음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2023년 낙원 ‘떡집 골목’은 떡집 골목이라는 말이 무색하듯 낙원떡집, 종로떡집 단 두 곳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이광순 사장은 “(낙원 떡집골목이 아니라) 이제는 아구찜 골목으로 부르는게 맞지 않겠냐”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소분 포장된 가래떡들.   사진=임형택 기자

사실 떡집들이 사라지는 것은 낙원동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에 따르면 전국 떡집 수는 2018년에 약 1만7200개였다가 지난해 2021년엔 1만6500개가 됐다. 매년 200~300개씩 줄어드는 추세다. 

90년대 이후 떡 소비가 점차 줄어들어들고, 결혼이나 이사 등 각종 기념일 등에 떡을 돌리는 문화도 이제는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각종 행사들이 자취를 감추며 그동안 버티던 떡집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2023년에도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글로벌 물가가 폭등하면서 쌀을 제외한 주요 재료값이 상승하면서 운영을 힘들게 하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국산 붉은 팥 40㎏ 가격은 26만7600원으로 전년(24만2160원) 대비 10%, 평년(17만5960원) 대비 52% 올랐다. 수입 콩은 올해 3월 kg당 3639원에서 6월 3768원으로 올랐으며, 2분기 참기름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15.5% 상승했다.

국내 내수시장 위축과 경기침체도 손님들의 지갑이 닫게 했다. 광장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 모(70)씨는 약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반 평생 이상을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적은 처음”이라며 “명절 특수도 옛말인 듯 하다”고 푸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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