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동에는 1960년대까지 낙원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낙원 악기상가가 들어서고 지하에 남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전통시장이지만, 당시에는 꽤나 규모가 컸다고 한다. 그럴만도 한 것이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이 모여서 살던 북촌 인근에 위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
그렇다면 ‘낙원 떡집골목’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서울시에 따르면 조선왕조가 망한 경술국치부터 그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창경궁을 나오게 된 상궁과 나인들이 호구지책으로 터를 잡고 궁중 떡을 빚어 팔기 시작하면서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졌고, 그 중 낙원떡집의 창업자인 김사순 여사가 나인들에게 비법을 배우며 1919년 창업한 떡집이 ‘낙원떡집’의 시초가 됐다.
현재 낙원떡집은 3대인 이광순 사장이 물려받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현재 낙원떡집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 ‘백년가게’가 된 셈이다.
떡집 골목이 전성기인 80년대에는 수십여개의 떡집들이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떡내음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2023년 낙원 ‘떡집 골목’은 떡집 골목이라는 말이 무색하듯 낙원떡집, 종로떡집 단 두 곳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이광순 사장은 “(낙원 떡집골목이 아니라) 이제는 아구찜 골목으로 부르는게 맞지 않겠냐”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사실 떡집들이 사라지는 것은 낙원동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에 따르면 전국 떡집 수는 2018년에 약 1만7200개였다가 지난해 2021년엔 1만6500개가 됐다. 매년 200~300개씩 줄어드는 추세다.
90년대 이후 떡 소비가 점차 줄어들어들고, 결혼이나 이사 등 각종 기념일 등에 떡을 돌리는 문화도 이제는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각종 행사들이 자취를 감추며 그동안 버티던 떡집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2023년에도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글로벌 물가가 폭등하면서 쌀을 제외한 주요 재료값이 상승하면서 운영을 힘들게 하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국산 붉은 팥 40㎏ 가격은 26만7600원으로 전년(24만2160원) 대비 10%, 평년(17만5960원) 대비 52% 올랐다. 수입 콩은 올해 3월 kg당 3639원에서 6월 3768원으로 올랐으며, 2분기 참기름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15.5% 상승했다.
국내 내수시장 위축과 경기침체도 손님들의 지갑이 닫게 했다. 광장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 모(70)씨는 약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반 평생 이상을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적은 처음”이라며 “명절 특수도 옛말인 듯 하다”고 푸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