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요금,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 생활물가가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대로 가면 내년도 건강보험료도 인상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도록 한 법안이 지난해 일몰된 탓이다. 오는 8월 전까지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가입자 보험료가 월 평균 2만원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 약 20%를 국고로 지원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담은 일몰 규정이 연장되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31일부로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2007년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정부는 해마다 전체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일정 기간 지나면 법률의 효력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일몰제’로 운영된 탓에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됐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건보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을 연장하거나 항구화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일몰제를 폐지하고 항구적 법제화를 주장한 야당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연장안을 주장하며 맞서며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결국 해당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아직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가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는다면 당장 2024년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2023년 예산안상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금은 10조9702억4700만원이다. 법적 근거 없이 편성된 예산이다. 이러한 탓에 2024년 건보료 책정을 위한 재정추계를 시행하는 오는 8월까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건보료 인상은 정해진 수순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에 따르면 정부 지원이 끊기면 가입자 보험료는 매년 17.6%씩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 평균 보험료로 환산하면 2만원 이상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철중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위원장은 2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올해 정부 예산안상 책정된 약 11조원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어떤 사업도 추진할 수 없다”며 “올해 8월 2024년 보험료율을 결정하는 재정추계를 시행할 텐데, 그때까지 법안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정부 예산은 추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건강보험법 즉각 개정하라”고 외쳤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한파와 고유가에 고물가로 국민들은 난방비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폭탄에 시름이 깊다”며 “건강보험 정부지원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난방비 폭탄에 이어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2중 3중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건강보험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이대로 법적 근거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2024년 예산안에는 국고 지원을 위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국회는 하루빨리 건강보험 국고지원 항구적 법제화를 통해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고 국고지원을 수준보다 높이는 논의에 초당적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