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6일 야당이 이태원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것을 두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 하는 건데 과연 이상민 장관이 어떤 헌법 위반했는지 많은 법률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고, 이런 식의 탄핵이 추진되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비공개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뒤이어 오후 2시께 민주당 박주민, 김승원 의원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및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함께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안과에 제출했다.
야당이 발의한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을 보면 재난안전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행안부장관이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하지 않았다는 게 탄핵소추 이유로 꼽혔다. 또한 참사 발생사실을 알았음에도 재난대책본부를 제때 가동하지 않고 수습본부도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로 인해 현장통제,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가 늦어지는 등 구조·구급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여기에 이 장관이 참사 발생 이후 자택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도 않고 1시간25분 동안 관용차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뒤늦게 참사현장에 갔다는 점도 탁핵소추 사유로 적시됐다. 특히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구체적인 지시나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고 참사 다음날 2시30분경에야 중앙대책본부를 가동한 것으로 지적했다.
탄핵소추안을 직접 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상민 장관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국가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렸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무원이 가지는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주장했다. 탄핵소추안을 함께 제출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정의당도 이태원 참사 초기부터 행안부장관으로서 응당 책임져야한다 목소리 일관되게 내 왔다. 법적 책임 이전에 정치·도의적 책임으로 스스로 사퇴하거나 파면됐어야할 사태”라며 “헌법재판소도 이런 국민과 국회 뜻을 잘 판단해 줄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은 오는 8일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와 관련해 “부의하고 상정하고 법사위, 본회의든 여러 절차가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여러 이견이 있어 국회 처리 과정에서 어떤 상황이 될지 좀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에 섣부르게 대통령실 입장을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